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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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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에서 만난 사람들
  • 전민일보
  • 승인 2016.10.1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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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지금은 사라진 경향신문 근처에 있던 맥주집이다. 기억 속 그 가게는 이름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들이 머물던 장소였다. 2004년 나는 그곳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잠시 나마 함께 얘기를 나눴던 분들 중 조호연 편집국장과 강진구 논설위원은 현재까지 경향신문에서 언론인의 자릴 지키고 있다.

약자에 한없이 약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겐 집요할 정도로 몰아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소중한 인연의 향기를 느낀다. 그 향기는 현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에서만 30여년이 넘는 외곬 언론인의 길을 걷다 은퇴한 김철웅 전 논설실장, 김상철 [노무현재단사료연구센터 본부장] 그리고 국회에 있는 박성휴 보좌관까지 모두가 [자유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당시 처음 만난 김철웅 당시 미디어부장에게 나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조선일보가 보기에 가장 편합니다. 그런 이유로 저 스스로 사회현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수화된 제 시각을 보완하기 위해 경향신문 e-옴부즈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화 도중 포퓰리즘 얘기가 나왔을 때다 김철웅 부장은 내게 반문했다. “포퓰리즘, 그래 현재 어느 신문이 가장 포퓰리즘을 추구한다고 생각합니까.” 그의 질문은 적확(的確)했다. 나는 이런 질문도 던졌다.

“조선일보라고 해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기자가 없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보의 논조가 바뀌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진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향신문에도 개인적으론 보수적 시각을 가진 기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자리엔 분명 술자리가 주는 흥과 감정의 과장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향이 있었다. 김철웅 부장을 비롯해 박성휴, 김상철 기자까지 자리를 옮겨 광화문 포장마차에서 못 다한 얘길 나눴다.

잊혀 지지 않는 것은 러시아 특파원을 역임하고 시와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로멘티스트 김철웅 부장의 모습이었다. 취중에도 흥은 있으되 흐트러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난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신문기자의 지사적 풍모라는 것이 저런 거구나.’

자의 반 타의 반, 서울 생활을 마감하고 내가 백수가 됐을 때도 그들은 언제나 따뜻했다. 최고의 지성과 전문성을 가진 그들이었지만 내가 쓴 글에 대해 항상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잘나가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을 때도 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나를 만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나온 김상철씨를 보면서 느꼈던 것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행복이었다.

가끔은 불시에 소주 한 잔 나누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은 공간적 제약이 가로막는다. 그래서 그들이 내려와 연락을 줄때면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해 말 김철웅 실장께서 전화를 주셨다. “내가 책을 냈는데 한 권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내주신 책을 받았다. 그런데 책을 받고 난 적잖게 놀랐다. 책 제목이 [노래가 위로다]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쓰신 사설이나 명칼럼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책속엔 앞선 통찰이 자리하고 있었다. 책 내용 일부다.

“미국의 문학평론가 크리스토퍼 릭스는..(중략) 대시인인 엘리엇, 키츠, 테니슨과 같은 반열에 놓고 정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는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2003년 그의 작품을 분석한 500쪽 짜리..(중략) 영국 계관시인 앤드류 모션 경은 각 급 학교에서 그의 노랫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언급된 그는 바로 밥 딜런(Bob Dylan)이다. 나는 밥 딜런에 대해 오래 전 부터 이름을 들어왔지만 정작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김철웅 실장이 밝힌 밥 딜런에 대한 평가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사람이 참으로 무섭게 변하는 모습을 적잖게 봐왔다. 그럼에도 내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은 [자유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어서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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