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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특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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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특별한 선물
  • 전민일보
  • 승인 2016.09.2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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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준비로 분주하던 며칠 전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잠시 상념에 잠겨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네..저..그게...14층인데요’ 14층? 분명 14층이라고 했겠다?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윗 층에서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서 너 살쯤 돼 보이는 귀여운 아들과 딸이 선물상자를 든 엄마 손에 이끌린 채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성의 매력인 ‘머스트 해브 아이템(?)’중에 슈퍼 갑이라는 배꼽인사를 말이다!

귀여운 배꼽인사에 정신 줄을 잠깐 놓친 사이, 아이들 엄마의 방문 설명이 이어졌다.

‘죄송합니다...저희 애들이 너무 뛰죠? 아무리 주의를 줘도 돌아서면 금방 또 뛰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약소하지만 추석잘 보내시라고.‘..

아닌 게 아니라 뛰긴 좀 뛴다. 좀 뛰는 게 아니라 사실 심하게 뛴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예민한 편에 속하는 남편은 윗층 뛰는 소리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남편 퇴근 무렵이면 은근히 신경이 쓰이곤 했었는데 이렇듯 진심 미안해하는 이웃의 방문을 받고 보니 그간 아이들 뛰는 소리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저기 멀리 안드로메다쯤으로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라니....

필자는 16년차 방송 작가 일을 해오고 있다.

여러 가지 생활 속 에피소드도 많았고 방송으로 녹여낼 만한 소재도 적잖았건만 이런 특별하고 따뜻한 명절선물은 받느니 처음이다.

요즘 관가는 난데없는 ‘열공 모드’라고 한다. 과목은 일명 김영란 법!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되며 오늘부터 전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어떤 규모의 선물을 받으면 처벌이 되는지, 식사를 어느 정도 선까지 접대 받으면 처벌이 되는지 한 번도 시행이 됐던 법이 아니기에 관가 공무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을 터, 하여 강사들까지 특강으로 초빙해가며 김영란 법 익히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2015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OECD 34개국 중 27위라고 한다.

언제 이렇게까지 떨어졌을까? 하기야 여북하면 도덕까지 법으로 규제를 하려들겠나.

청렴이 목민관의 본질적인 의무라고 강조한 다산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청렴은 관가에서 지켜야할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덕목인데 말이다.

하지만 김영란 법은 받는 사람뿐 아닌, 주는 사람도 함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해당자이며 숙지해야할 법이다.

필자도 열공 까지는 아니지만 공부를 좀 해보았다.

그런데 안 만만하다! 나름 어렵다. 시행 첫 해라 판례도 없다. 이런 경우도 김영란 법에 해당이 되는지 은근 알쏭달쏭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갈증이 난다. 14층에서 가져온 인삼음료로 손을 옮기다 문득 드는 생각! 그래! 김영란법, 그게 뭐가 어려워? 이걸 받아야하나? 라고 망설여진다면 이미 김영란법은 해당이 되는 거 아닌가?

무릇 선물이라 함은 마성의 배꼽인사를 하던 윗층 아이들 집에서 가지고 온 선물이라야 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 없이 행복해야한다.

오늘도 여전히 윗층 아이들은 뛰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필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성의 배꼽인사 선물이 있으니까.

홍현숙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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