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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바이디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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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바이디 라오스
  • 전민일보
  • 승인 2016.08.30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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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피곤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언제나 여행은 떠나기 전 설렘을 던져준다. 350km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김해공항엔 일정을 같이 할 27명이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영남권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미지의 세계는 이미 공항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그래서 여행에 대한 설렘은 배가됐다. 일정을 같이 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미지의 땅 라오스를 향한 탐구는 시작됐다.

그곳에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보게 될까. 5시간여의 비행 끝에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첫 인상은 모호함이었다. 마닐라의 유쾌함, 프놈펜의 온순함 그리고 하노이의 자존감과는 구분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표현하기 힘든 애매함 때문이었다.

그것은 또한 탈북자를 북송하는 친북국가이면서 패키지 여행은 세계에서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허용하는 이율배반을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두 번째로 받은 인상은 생각 외로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소승불교를 신봉하는 나라인 만큼 대표적인 사원은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200년도 채 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오래된 유적이 없는 이유는 태국의 침공으로 모두 잿더미가 된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외침으로 파괴된 한국사의 흔적들을 떠올리게 돼 맘이 편치 않았다.

마지막 인상은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방비엥의 아름다운 협곡은 밀포드사운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그곳 사람들 얘기다. 일정 중엔 소수민족 마을탐방도 있었다. 내가 준비해간 학용품은 그들에게 전달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인이 주고 간 수많은 선물들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그들 삶을 왜곡시키는 부작용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들 사는 모습을 차안에서 지켜만 보라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다.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었단 말인가.

미군이 던져주던 껌과 초콜릿을 받았던 기억을 그들에게 돌려주잔 말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보이는 값싼 동정을 통해 우리의 인류애를 과시하고자..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고 동정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과연 우리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그 도움의 방식은 이미 충분히 잘못됐다.

내가 타고 있던 차를 향해 달려온 수많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내가 바라보지 않은 이유다. 그것이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사과한다.

이제 우울하지 않은 얘기 하나다. 안내를 맡은 미혼의 현지 여성가이드는 한국 남성이 좋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 중 하나다. “한국 남성은 책임감이 강해요. 라오스 여성과 사귀는 외국 남성은 라오스 여성과 결코 결혼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 남성은 자신이 만난 라오스 여성을 책임지고 결혼해요.” 나는 그녀가 본 한국 남성의 모습이 얼마나 대표성을 가질지 알지 못한다.

다만 그녀의 믿음이 상처받는 일이 없길 바랄뿐이다.

1977년 삼성출판사에서 발간된,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Claude Levi Strauss) 저(著) 박옥줄(朴玉茁) 역(譯), [슬픈 열대] 183쪽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종족이 지닌 관습들의 전체적 집결에는 언제나 어떤 특정한 양식이 존재한다. 즉, 관습들이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체계들이 수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개별적인 인간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사회도 그들의 놀이나 꿈 혹은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결코 절대적인 방식을 창조해 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현재 런던이나 파리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이 내게 보여주는 그들 삶의 방식과 비엔티안이나 방비엥에서 보게 되는 삶의 방식이 동일하지 않음에 대한 설명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낯선 곳,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면 언제나 떠올리게 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주변에 라오스인이 있는가. 그들에게 먼저 인사해보자. 싸바이디 라오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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