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有不爲也而後可以有爲
“사람은 하지 않은 게 있은 뒤에야
하는 게 있을 수 있다 ”
우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뭘 할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무슨 일들을 할까?’라고 생각하고요. 새로 시작될 때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자고 계획함으로써 미래의 시간을 알차게 준비하자는 것이지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무슨 일이든지 미리 준비를 갖추고 있으면 근심이 없어지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하자고 다짐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하지 않는 게 있은 뒤에야 하는 게 있을 수 있다.(人有不爲也而後可以有爲)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무슨 일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부터 생각하라는 겁니다. 하지 않는 게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정자(程子)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은 가릴 것을 아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게 있기 때문에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니, 하지 않는 것이 없는 사람이 어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 다하겠다고 대들면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고 덤벼드는 사람치고 훌륭한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입니다. 참으로 좋은 말이지요?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우리 인생이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B(Birth, 탄생)로 시작해서 D(Death, 죽음)로 끝나는데, 그 사이에 C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B는 탄생(Birth)을 말하고, D는 죽음(Death)을 말하며, C는 선택(Choice)을 뜻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는 선택의 연속이 우리 인생이라는 겁니다.
친구나 취미활동을 선택하는 일, 학교나 회사를 선택하는 일에서 죽고 사는 일까지 삶은 온통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집니다.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라는 햄릿의 고뇌는 바로 우리 자신의 고뇌인지도 모릅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우리가 ‘선택과 포기’를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 않는 게 있어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정력은 한계가 있는 까닭에 ‘선택과 포기’라는 미덕을 배워야 합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덜 중요하고 덜 필요한 일들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 마땅히 해야할 일, 그리고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불의(不義)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에야 비로소 의로운 일(義)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세속 가치를 추구하는 길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법입니다.
최현숙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