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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커다란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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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커다란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3.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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碩果不食君子得輿小人剝廬

“커다란 열매는 먹히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삶의 터전이 벗겨진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선생이 남긴 글과 그림으로 엮은 「처음처럼」이라는 책은 ‘처음처럼’으로 시작해서 ‘석과불식(碩果不食)’으로 끝납니다. 누구보다 혹독한 역경(逆境)을 겪었던 선생께서 역경(逆境)을 견디는 자세를 밝히신 것이랍니다.

역경(逆境)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고,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합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省察)이 아닐 수 없고요. 그리고 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목(裸木)이 자신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성찰하는 자세가 석과불식의 진정한 의미랍니다. 선생은 석과불식이 ‘희망의 언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무성한 잎사귀를 죄다 떨구고 겨울의 입구에서 앙상한 나목으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입니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희망’입니다. 그속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기 때문입니다. 그 봄을 위해 나무는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를 거름합니다.”

신영복 선생이 “씨 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묻는다.”는 뜻으로 풀이한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주역(周易)」 박괘(剝卦)에 나오는 말입니다.

커다란 열매는 먹히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삶의 터전이 벗겨진다.(碩果不食君子得輿小人剝廬)

이기동의 「주역 강설」에 따르면, 충실하게 여문 과일은 사람들이 먹지 않습니다. 다음 해에 심을 종자로 사용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충실한 열매는 땅에 떨어져 이듬해 봄에 다시 부활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충실한 열매는 과감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실하지 못한 열매는 과감하게 떨어지지 못합니다. 떨어지는 순간 죽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생을 충실하게 살아온 군자(君子)는 부활의 수레를 얻어 타고 영원한 세계로 향해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인(小人)은 자기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군자가 되면 수레를 얻고 소인이 되면 삶의 터전이 벗겨진다고 했습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생활에 충실하여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 군자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게다가 군자는 자기 혼자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군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함께 태우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군자처럼 자기 자신을 충실하게 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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