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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참으로 청렴하고 충성스러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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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참으로 청렴하고 충성스러운 인물
  • 전민일보
  • 승인 2016.03.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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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而能改者民之上也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고칠 수 있으면
최고 인물이라 할만하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대부(大夫)로 계문자(季文子)라 재상이 있었습니다. 성은 계손(季孫)이고 이름은 행보(行父)이며 문(文)은 그의 시호입니다. 계손씨는 노나라 정권을 장악한 이른바 삼환(三桓) 가운데서도 세력이 가장 큰 가문이었지만 계문자는 신중하면서도 검소한 인물로 횡포를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자도 좋아했다고 합니다.

신동준이 역주한 「좌구명의 국어」를 보면, 그는 노(魯)나라 선공(宣公)과 성공(成公) 2대에 걸쳐 재상을 지냈지만 생활이 검소해서 첩은 비단 옷을 입지 못했고, 기르는 말도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계문자에게 맹헌자(孟獻子)의 아들인 대부 중손타가 말했습니다.

“상경(上卿)으로 2대에 걸쳐 임금을 보좌하면서 첩은 비단 옷을 입지 못하고, 말은 좋은 풀을 배불리 먹지 못하니, 사람들이 그대를 인색하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나라 체면은 뭐고요.”

요즘말로 하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쪽팔리게 그게 무슨 짓이냐는 것인데, 그런 중손타에게 계문자가 말했습니다.

“나도 첩이 비단 옷을 입고 말이 배불리 먹기를 바라오. 그러나 내가 백성들을 보니 그들 부모 형제 가운데 거친 음식을 먹고 헤어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첩에게 비단 옷을 입히고 말을 배불리 먹이겠습니까? 나는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백성들의 부모 형제가 거친 음식을 먹고 헤진 옷을 입는데 내가 오히려 첩과 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임금을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내가 듣건대 덕행이 고상해야 나라가 빛이 난다고 했습니다. 첩과 말을 아름답게 꾸며 나라에 빛이 나게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중손타는 충고랍시고 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한 채 돌아갔고, 계문자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맹헌자에게 중손타 이야기를 하자, 맹헌자가 아들 중손타를 7일 동안 감금했습니다. 그때부터 중손타도 완전히 검소한 생활을 했는데, 그런 말을 전해들은 계문자가 말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고칠 수 있으면 최고 인물이라 할만하다.(過而能改者民之上也)

사람이 완전히 바뀐 것을 확인한 계문자는 중손타를 상대부로 승진시켰습니다.

계문자가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고 노(魯) 양공(襄公) 5년인 서기전 568년에 죽었는데, 사마천은 「사기세가」에서 이렇게 평했습니다. “집에는 비단 옷을 입은 첩이 없었고, 마구간에도 곡식을 먹은 말이 없었으며, 창고에는 금과 구슬도 없이 세 임금을 보좌했다. 참으로 청렴하고 충성스러운 인물이었다.”

요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며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김삼덕 보건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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