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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과연 누구의 생각이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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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과연 누구의 생각이 옳을까요?
  • 전민일보
  • 승인 2016.03.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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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能事人焉能事鬼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귀신을 섬기겠는가?”

공자(孔子)한테 대들기도 잘하고, 꾸짖음을 듣기도 잘하던 제자 자로(子路)가 하루는 귀신을 어떻게 섬겨야 하냐고 묻자, 스승인 공자가 말했습니다.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귀신을 섬기겠는가?(未能事人焉能事鬼)

듣기에 따라선 힐난에 가까운 꾸짖음입니다. 어떤 이는 이 말을 가지고 공자가 귀신을 부정했다고도 말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일찍이 공자는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敬鬼神而遠之)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자는 귀신을 믿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단지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생명을 죽음보다 소중하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고 귀신은 죽은 사람이니, 살아있는 사람을 잘 섬긴 다음에 죽은 사람인 귀신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귀신 이야기는 그 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신(神)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신(神)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성을 가지고 이치에 맞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가 이성의 힘으로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입니다. 고대부터 중세까지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치 않았습니다. 유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깊이 있는 수준과 차원의 귀신론(鬼神論)들이 생겨났던 겁니다.

귀신 이야기를 하니,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들이 생각납니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옛 로마제국에서는 전쟁에 나갔던 장군이 승전보와 함께 귀향하면 승전을 축하하는 시가행진을 했는데, 그 개선장군 뒤에 노예들을 세워놓고 외치게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이겼지만 너는 죽을 수 있다!” 닥칠 수 있는 패배와 죽음을 생각하고 대비하라는 뜻입니다.

중세 수도사들도 아침에 일어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메멘토 모리(Mem㎝to Mori)”라는 말로 인사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바로 다음 날 오리라고 생각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하루는 너무 비루하고 소소하여 이날들이 내일도 그 다음 날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일이 당연할 때 인간은 이기주의자의 삶을 삽니다. 인류의 일원임을 잊고 제멋대로 삽니다. 반드시 살아야 할 날들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중세 수도사들의 아침 인사는 마지막일수도 있을 오늘의 삶을 늘 생각하라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치면서 유명하게 된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붙잡으라(seize the day)는 뜻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헛된 희망을 걸지 말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한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마음과 공자의 생각 가운데 과연 누구의 생각이 옳을까요?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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