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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입단속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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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입단속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3.1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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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口如甁防意如城

“입 지키기를 병매개 닫아두듯 하고,
뜻 막기를 성문 지키듯이 하라. ”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보면, 신라 헌안대왕(憲安大王)이 낭(郞)을 불러 대궐로 불러 잔치를 베풀면서 묻습니다.

“그대가 국선이 되어 사방으로 유람하는 중에 무슨 특이한 일을 본 것이 없는가?”

“저는 행실이 얌전한 사람 셋을 보았습니다.”

“어디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자꾸나!”

“남의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손하게 남의 아랫자리에 가서 앉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것이 첫째고, 드센 부자이면서도 검소한 의복을 입는 사람을 보았는데 이것이 둘째이며, 근본이 세도 양반이면서도 위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것이 셋째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그가 현명함을 알고 마음에 두었다가 사위로 삼았는데, 그만 석 달 만에 위독한 병에 걸려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과인이 자손이 없는 터에 죽은 뒷일은 마땅히 맏딸 남편인 낭(郞)에게 계승케 할 것이다.”

마침내 왕은 죽었고, 낭(郞)은 왕의 유언을 받들어 즉위하였습니다.

그가 바로 48대 경문왕(景文王)인데, 어찌된 일인지 그가 왕으로 즉위하자 그의 귀가 갑자기 노새 귀처럼 길어졌습니다. 왕은 그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 머리에 넓은 머릿수건이나 두건을 써서 가려서 왕후를 비롯해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두건 만드는 복두장 한 사람은 그 비밀을 알았습니다. 왕은 누설하지 말라는 명령과 함께 만약에 이를 어기면, 엄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중국 송(宋)나라 때 유학자인 주희(朱熹)였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겁니다.

입지키기를 병마개 닫아두듯 하고, 뜻 막기를 성문지키듯이 하라.(守口如甁防意如城)

왕의 엄명을 받은 복두장은 평생 동안 비밀을 지키다가 죽을 때가 되자 아무도 없는 도림사(道林寺)대숲 속에 들어가 외쳤습니다. “우리 임금 귀가 노새 귀 같네!”

그 뒤부터 바람이 불면 대나무들은 “우리 임금 귀가 노새 귀 같네!”라는 소리를 냈고, 왕은 그것이 싫어 대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더니,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 귀가 커다랗네!”하는 소리만 났다고 합니다.

입단속 하기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말에 말 잘하는 놈은 감옥 간다고 했듯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많이 하다 보면 실언(失言)도 잦게 마련입니다. 참기름 병은 마개는 꼭 필요할 때만 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름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평소에는 단단히 막아두어야 합니다. 그런것처럼 우리 입도 필요한 말을 할 때만 열면 그만큼 실수도 적어지겠지요.

심우석 관광학 박사, 전주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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