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5 23:49 (목)
서류에만 있고 실체 없는 아이들 더 있다
상태바
서류에만 있고 실체 없는 아이들 더 있다
  • 최홍욱 기자
  • 승인 2016.03.11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5년간만 미취학·장기결석 실태 파악, 조사 기간 더 늘리고 정부 차원 주도적 실시 필요

미취학·장기결석에 대한 실태조사가 최근 5년 동안만 진행된 것으로 밝혀져 조사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태조사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당국이 아닌 행정자치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월께 익산에 사는 나모(55)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자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3개월 된 나모군을 입양했다. 그러나 얼마 후 나군이 모야모야(소아중풍)라는 병에 걸려 큰돈이 드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나씨는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 2003년 12월 22일 익산역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에 아들(당시 2세)과 함께 오른 나씨는 아이를 기차에 놓고 영등포역에서 혼자 내렸다.

나씨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8년 아이가 입학할 나이가 되어 면사무소에서 취학통지서가 오자 해당 학교에 찾아가 나군이 지병으로 입학할 수 없다며 ‘취학포기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나씨의 범행은 지난 4일 면사무소에 들려 나군이 아닌 다른 아이 3명의 교육지원금을 신청하다 덜미가 잡혔다. 다른 아이의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이미 16세가 된 나군을 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면사무소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다행히 열차 안에 버려졌던 나(16)군은 서울의 한 복지원으로 옮겨져 2004년 3월과 7월 두 차례의 수술을 거쳐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조기치료를 받지 못해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현재 복지원에 있는 중학교에서 3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전북도교육청이 실시한 미취학·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에는 익산의 나군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에서 최근 5년간(2011년부터 2015년까지) 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려 2008년 취학을 포기한 나군은 빠졌다. 이를 두고 전수조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미취학 아동이나 장기결석 학생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지만 몇 년 전에는 단순히 부모의 말을 믿고 별다른 조사 없이 취학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일선학교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던 아이가 버려졌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기간을 늘려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초등교육법 등이 강화되기 전에는 부모를 믿고 처리한 경향이 있어 의식적으로 이런 사실을 숨기려 한다면 숨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교육기관이 미취학·장기결석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선 읍·면·동과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해당 학생의 정보 확인을 요청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전수조사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행정자치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수조사 기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 미취학 아동에 대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개인정보법 등 관련법과 충돌하는 것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최홍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