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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죽음은아무것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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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죽음은아무것도아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3.0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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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生焉知死

“아직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서구 헬레니즘 시대에 활약했던 철학자 가운데 에피쿠로스(Epicurus, 서기전 341∼271)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평생 건강이 좋지 않아 시달렸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질병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사람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고통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우정을 몹시 강조해서 죽는 날에도 벗에게 편지를 썼는데,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내 삶에서 참으로 행복한 오늘,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 자네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네. 내 방광질환과 위장질환이 진행되어 평소에 느끼던 격렬한 고통이 이어지고 있네. 하지만 이 모든 증세를 이기는 게 있네. 자네와 내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면 마음에 가득 차는 기쁨 말일세.”

그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이성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감정이라고 말한 것도 유명합니다. 우리는 병에 걸리거나 감옥에 갇히는 것을 염려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런 일은 우리를 아주 힘들고 어렵게 하는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건강이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가?

간단합니다. 그것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경험해보면 압니다. 아이들은 뜨거운 난로에 손가락을 데본 뒤에야 그것을 만지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죽음은 어떻습니까? 공자(孔子) 제자인 자로(子路)가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합니다.

아직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焉知死)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는 겁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주제에 죽음을 알아서 무엇 하겠느냐는 뜻입니다. 죽음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삶의 문제가 먼저라는 말입니다. 에피쿠로스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죽음은 경험의 끝입니다. 죽은 뒤의 세계는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죽음을 경험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죽음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경험하지 못하니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죽은 사람한테는 전해들을 수 없고요. 우리는 죽음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판단할 수 없으니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죽음을 미리 두려워할까요? 에피쿠로스는 말합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죽음이 현실화될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에피쿠로스는 말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죽음은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리석게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무서워하는 겁니다. 오로지 바보만이 미래에 다가올 죽음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참으로 멋진 말이지요?

황미옥 조각가, 군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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