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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그 스승에 그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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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그 스승에 그 제자
  • 전민일보
  • 승인 2016.03.07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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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梁雌雉時哉時哉

“산속 다리목의 까투리들
때를 잘 맞추네, 때를 잘 맞춰”

어느 날 공자와 자로가 조용한 산길을 거닐다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인기척에 놀란 까투리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오르는 소리였습니다.

훌쩍 날아오른 까투리들은 하늘을 빙빙 돌고난 다음에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사람의 기색이 있으면 날아올라 빙빙 돌며 상황을 살핀 뒤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앉는 습성을 보여준 것인데, 그런 모습을 본 공자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합니다.

산속 다리목의 까투리들, 때를 잘 맞추네, 때를 잘 맞춰.(山梁雌雉時哉時哉)

모든 게 때가 있습니다. 하찮은 까투리도 날아오를 때는 날아오르고, 내려와 앉을 때는 내려와 앉는다는 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적절한 때(時)에 맞추어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을 줄 아는 까투리처럼, 사람도 마땅히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와 숨겨야 할 때를 잘 살펴야 한다, 때를 잘 살펴서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서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든 낌새를 보면 곧바로 착수해야지, 온종일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십시오. 나설 때 나서지 않고 물러설 때 물러서지 않아서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공자는 하찮은 까투리의 몸짓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를 보았던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웃지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자로가 잽싸게 활을 쏘아 까투리 한 마리를 잡더니, 맛있게 요리해서 스승인 공자에게 바치는 겁니다.

공자는 적절한 때(時)에 맞추어 날아오를 줄 아는 까투리처럼 무슨 일이든 때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자로에게 가르치려고 말한 것인데, 자로는 스승께서 제철에 맞는 까투리 고기를 드시고 싶으셔서 그런 말을 하셨다고 오해했던 겁니다.

스승은 까투리가 죽게 될까봐 걱정되어서 “까투리들아 떠날 때야, 떠날 때야!”라고 말했는데, 제자는 “밥 때로구나, 밥 먹을 때가 되었구나!”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는 잽싸게 까투리 한 마리를 잡아다 바쳤습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요리해서 말입니다.

과연 성격이 거칠고 급한 자로다운 행동이지요. 척하면 삼천리고 쿵 하면 담너머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훌륭한 제자라면 스승의 의도나 돌아가는 상황을 재빠르게 알아차려야 하는데, 자로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어이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지요. 그런 자로에게 공자는 어떻게 했을까요? 냄새만 세번 맡았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채 엉뚱하게 애꿎은 꿩 한 마리만 죽인 것에 기가 막혔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자신이 말한 본뜻이 아니었던 까닭에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자의 성의를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꿩고기 냄새만 세 번 맡고는 그대로 일어나 길을 떠났습니다. 자로는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얼굴을 붉힌 채 스승의 뒤를 따랐고요. 그 제자에 그 스승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입니다.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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