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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모든게 공(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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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모든게 공(空)이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3.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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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切皆空

“모든 것은 공일 따름이니라”

어느 선승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만행(萬行)에 나섰습니다. 만행(萬行)은 불교도나 수행자들이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수행하는 것인데, 어느 강가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그 여자는 강을 건너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겁니다. 마침 며칠 전에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그녀를 도와줄 만한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던 그 여자는 선승 일행이 다가오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도움을 청했습니다.

“스님, 죄송하지만 저 좀 안아서 강을 건너 주실 수 없으신지요.”

자신을 안아서 강을 건너게 해줄 수 없겠느냐는 여자의 부탁에 선승은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그 바람에 그녀의 입술이 선승의 어딘가를 스쳤을지도 모르고, 그녀의 몸짓에 선승의 마음도 심란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분명 제자들에게는 낯설고 기이한 광경이었을것임엔 틀림없습니다.

제자들은 아름다운 여성을 안고 가는 스승의 모습에 넋을 잃고 강을 건넜고, 건너편 기슭으로 무사히 건너간 여자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곧바로 제 갈길로 총총히 사라져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가버린 뒤, 선승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얼굴이 그다지 밝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말없이 스승 뒤를 따르던 제자들 가운데 한 제자가 마침내 선승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힐난의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스승이시여, 어찌하여 그리 쉽게 젊은 여자를 품에 안으셨단 말입니까?”

그 제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제자들도 앞다투어 말했습니다. 봇물 터지듯이 말입니다.

“스승이시여, 불교에서는 여자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 여자를 범하는 것은 곧 죄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도 줄곧 그것이 마음에 결렸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여자와 가까이하는 것은 괜찮다는 말씀입니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여자를 품에 안는 행위는 삼가야 할 행동이 아닌지요?”

“그 일은 평소 스승님의 언행과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까?”

강을 지나온 지 한참이 되어서도 제자들 마음을 괴롭히던 번민이 원망어린 질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마치 봇물이 터지 듯, 제자들의 입에서 불평과 질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런 제자들의 말을 모두 듣고 난 선승이 제자들을 한번 돌아보더니 박장대소하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너희들은 아직도 그 여자를 품고 있었단 말이냐? 나는 벌써 오래전에 그 여자를 강 건너에 내려놓았는데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때까지 여자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제자들이 었던 것입니다. 스승은 그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은 공일 따름이니라.(一切皆空)

히로 사치야의 「붓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88」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김삼덕 보건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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