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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기승전테러방지법’, 정부·여당 수상한 북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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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기승전테러방지법’, 정부·여당 수상한 북한 대응
  • 전민일보
  • 승인 2016.02.1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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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시문을 짓는 형식이나 논문의 격식인 ‘기승전결’을 이용한 ‘기승전~’이 많이 패러디되고 있다. 무슨 얘기든 갑자기 흐름과 맞지 않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은유할 때도 쓰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정부와 여당이 하는 이야기는 가히 ‘기승전테러방지법’이라 할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국회에 테러방지법을 재촉했고,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무력시위와 평화국면 조성과 테러방지법의 연결하는 무리수는 논외로 한다면, 과연 테러방지법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한국은 이미 국가안보와 공중안전을 이유로 수많은 법과 제도를 제정 시행하고 있으며 테러방지 제도도 도입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테러대책상임위원회, 국정원 산하 테러정보통합센터와 같은 대응기구도 운영하고 있다. 이미 테러 행위들에 대해 국내법으로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적의 침투·도발이나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국가방위요소를 통합하는 통합방위법과 이에 상응하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도 있으며 특정범죄수익은닉규제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공중협박목적등자금금지법, 외환관리법 등 테러자금조달 통제도 가능하다.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이미 충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보를 이유로 시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침해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대표적 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시민들에 대한 사이버 사찰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까지 새누리당과 정부가 발의하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테러 방지와 관련된 법안은 총 10개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시민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수상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들 법안의 적지 않은 부분이 공안기구들에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넘기고, 시민의 인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위축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존 법제의 점검과 보완보다 시도 때도 없이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불온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 이노근·서상기 의원 등이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만 해도 그렇다. 법안에 따르면 공공영역의 통신망을 넘어서 인터넷의 컴퓨터바이러스 확산, 해킹사건만 일어나도 이를 사이버테러로 규정하도록 한다. 이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포털 등 민간부문까지 국정원이 사고조사 및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또한 국정원이 사이버테러 예방과 대응을 위해 민·관·군의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지휘하게 된다. 그동안 인터넷을 관리·감독해오던 정부 보다 국정원이 높은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보기관이 민간의 인터넷 영역까지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정보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테러방지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공안기구가 시민들에 대한 무제한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의 파렴치하고 불법적인 일들을 목격했으며, 세월호 참사 앞에서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모습을 보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공안기구를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테러방지법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공안기구의 전면적 개혁과 각종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단과 정책을 만들고 보완하는 것이다. 야당 역시 부화뇌동하지 말고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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