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면에 가면 주교제가 있다. 왕궁 주변의 물이 주교제로 모이고 이 물은 다시 익산천으로 흘러 만경강을 거쳐 새만금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주교제는 현재 습지형태로 되어 있는데, 주변 축산농장에 흘러든 분뇨와 그 찌꺼기가 쌓이면서 악취와 오염도 심하고 생물이 제대로 살 수 없게 된 곳이 되었다.
그런데 그 죽음의 땅 주교제가 서서히 생명의 몸짓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2011년에 시작된 익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주교제에 두텁게 쌓인 축산분뇨 찌꺼기가 걷어내지고 새로운 하천길도 만들어 지고 있다.
사실 주교제 자체에 대한 생태하천사업 처방만으로 효과가 온전하게 나올 수는 없다. 주변의 축산분뇨가 원천적으로 흘러들지 않게 하고 농가의 분뇨는 GPS 단말기를 단 수거차량에 의해 일괄 수거되어 거대한 축산분뇨공공처리시설에서 정화처리되어 나간다. 또 왕궁축산단지 농가의 도움을 얻어 왕궁 관리대상 전체 면적의 ⅓에 해당하는 축산 부지를 정부와 지자체가 매입하고 그곳을 바이오 순환림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 애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돈만 있으면 뭔들 못하겠느냐 반문할 수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공적 자금이 들어간 모든 것은 당연히 성공해야 할터인데 말이다. 최근 업무를 맡은 필자가 사업 성공의 원동력이 뭘까를 고민하면서 결론은 축산농가와 담당 공무원들의 독특함에 있다고 결론을 내게 되었다.
그 독특함이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축산단지 보다 열악한 축산환경과 악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농가들의 절박함, 내마을을 스스로 바꿔보자는 주민들의 열망,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농가와 지자체, 그리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열정이 바로 그 원동력의 실체이다.
최근 변화해 가는 주교제와 익산 왕궁축산단지를 보면서 이것이 우리가 추진하는 삼락농정 정책이 가시화 된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6년 현재 그 옛날 우리의 고달픈 삶을 바꿨던 새마을 운동의 원동력이 새로운 시대적 가치로 부활하여 농업 농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삼락농정이 아닐까 한다.
1960년대 새마을 운동의 근본 정신이라면 근면, 자조, 협동을 든다. 필자는 절박함에서 근면이, 스스로 노력하고 하는 열정에서 자조가, 넉넉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지혜로 극복하고 하는 데서 협동으로 발전되었다는 생각이다.
익산 주교제와 왕궁축산단지, 악취로 인해 피해가고 싶은 이곳이 괘적한 환경으로 조성되어 다시 사람이 찾는 농촌이 되고, 농부로써 그 농촌에 거주하고 평생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보람된 일이었다는 자긍심이 환하게 꽃피울 날을 변해가는 주교제와 왕궁축산단지를 보며 생각해 본다.
최재용 도 새만금추진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