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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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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1.29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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得之於手而應於心口不能言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느껴질 뿐이지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명재상인 관중(管仲)의 보좌를 받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覇者)가 되어 천하의 안정을 이룬 제후입니다. 공자가 정도(正道)를 따르고 권도(權道)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환공이 마루 위에서 독서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짬을 내 한가롭게 글을 읽고 있는데, 때마침 수레를 만드는 장인인 편(扁)이 마루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환공에게 물었습니다.

“나리께 감히 묻겠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게 누구의 말입니까?”

“누구긴 누구야, 성인의 말씀이지.”

“그 성인께서는 지금 살아 계십니까?”

“아니, 벌써 돌아가셨지.”

“그렇다면 나리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겠군요?”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내가 뭐 성인의 찌꺼기를 읽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요.”

“네 이놈, 감히 수레 만드는 놈 주제에 뭘 믿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어디 한 번 내가 성인의 찌꺼기를 읽는다고 말한 이유를 말해봐라. 만약 그 이유가 합당하면 봐주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죽여 버리겠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통해 알았을 뿐입니다. 수레바퀴 구멍을 깎을 때 너무 깎으면 헐렁해서 견고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너무 깎지도 않고 덜 깎지도 않는 일은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느껴질 뿐이지,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그 방법을 자식에게 전해줄 수도 없고 제 자식도 저에게 이어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흔이나 되었는데도 아직도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옛사람도 똑같습니다. 그들이 전해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리께서 읽고 계신 것이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한 것입니다.”

사람의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올바른 도(道)를 표현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말이나 글을 통해 도를 공부하려 들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레 장인은 말이나 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이 왜 늙어서까지 고생하겠냐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느껴질 뿐이지,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得之於手而應於心口不能言)

훈련과 단련을 통해 깨닫는 것이지 말로 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손놀림이 빨라야 할지 느려야 할지, 가벼워야 할지 무거워야 할지, 늦어야 할지 앞서야 할지를 감각으로 느껴야지 말로 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오로지 깨달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인데, 과연 환공은 수레 장인의 말을 듣고 나서 그를 정말 죽였을까요?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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