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23:09 (금)
[온고지신] 불을 끈 사람만 알아주는 세태
상태바
[온고지신] 불을 끈 사람만 알아주는 세태
  • 전민일보
  • 승인 2016.01.22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曲突徙薪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십시오 ”

길 가던 한 나그네가 어느 집 앞을 지나면서 우연히 그 집 굴뚝을 바라보았더니, 굴뚝은 반듯하게 뚫려져있고 곁에는 땔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그걸 본 나그네는 주인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십시오.(曲突徙薪)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 날 염려가 있다는 말인데, 주인은 알았다고 하면서도 나그네 말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그네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에 큰 불이 났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달려가 불을 끄는 바람에 다행히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불난 집을 깨끗하게 고친 집 주인은 술과 음식을 장만하고는 이웃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는 불을 끄느라 머리카락을 태우고 이마를 덴 사람들을 상석에 모시고, 그 나머지 사람들도 공에 따라 다음 자리에 앉힌 다음에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굴뚝을 구부리라고 일러준 사람은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이웃이 집주인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당신이 그 나그네의 말을 들었더라면 불이 날 일도 없고, 이렇게 술과 고기를 낭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오.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하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말한 나그네는 은택을 받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그슬리고 이마를 데며 불을 끈 사람이 상객(上客)이 되었네요.”

주인이 그제야 깨닫고서 그 나그네를 찾아 나섰는데, 그때부터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은 굴뚝(突)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曲) 아궁이 근처의 땔나무(薪)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徙)는 뜻입니다. 화근에 대비하여 미연에 방지한다는 뜻인데, 이런 본래의 뜻 말고도 화재의 예방책을 얘기한 사람은 상을 받지 못하고, 불난 뒤 불을 끈 사람이 상을 받는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서한(西漢) 때 곽광(藿光)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무제(武帝)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했고, 무제가 죽은 뒤에는 황제를 자기 마음대로 갈아치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가 황제로 옹립한 선제(宣帝)는 무릉(茂陵) 사람 서복(徐福)이 그를 견제하라고 세 번이나 상소를 올렸지만, 선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곽광이 죽자, 선제는 역모를 꾀하다 발각된 곽씨 일족을 멸족시켰고, 그 일에 관여한 신하들에게 상과 벼슬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미리 대책을 세우라고 상소를 올렸던 서복에게는 아무 상도 내리지않자, 어떤 사람이 서복을 위해 곡돌사신(曲突徙薪)이야기를 하며 상소했고, 그제야 선제는 서복한테도 상금과 벼슬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곡돌사신(曲突徙薪)은 불을 예방한 사람의 공은 모른 채 정작 불을 끈 사람만 알아주는 세태를 꼬집은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사후대응보다는 사전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홍종원 사업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
  • 도, ‘JST 공유대학’ 운영 돌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