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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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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 전민일보
  • 승인 2016.01.1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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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人不期修古不法常可

“성인은 옛것을 반드시 따르지 않고,
영원불변하는 법을 내세우지 않는다 ”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매우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커다란 토끼 한 마리가 펄쩍 튀어나오는 겁니다.

‘아이고, 깜작이야!’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농부가 깜짝 놀라는 사이에 토끼는 냅다 달리더니 밭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무 밑동에 머리를 들이받고 쓰러지는 겁니다. 농부가 달려가 보니 토끼는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

‘야, 이것 봐라!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네.’

농부는 죽어 있는 토끼를 집어 들고 집에 돌아가서 맛있게 요리해 먹었습니다. 그리곤 그 다음날부터 밭갈던 쟁기를 집어던진 채 나무 밑동만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나무 옆에서 가만히 지키고 앉아 있으면 토끼란 놈이 또 튀어나와서 나무 밑동에 부딪쳐 죽겠지. 그럼 난 그걸 주워 가족들과 맛나게 요리해 먹어야지.’ 토끼가 다시 달려와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어느덧 밭은 잡초가 우거진 황무지가 되어버렸고, 그 농부는 송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는 원래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어떤 착각에 빠져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킨 말입니다. 한비자는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것처럼 실효성 없는 행운이나 불로소득을 기대하며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지 말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성인은 옛것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고, 영원불변하는 법을 내세우지 않는다.(聖人不期修古不法常可)

각 시대는 저마다 시대환경에 맞는 행위가 있습니다.

아주 오랜 전인 상고(上古)시대는 사람보다 새나 짐승이 더 많고, 사람들이 새나 짐승, 독충이나 독사를 이기지 못했을 때는 원두막처럼 나무를 엮은 집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해악을 피하게 해준 성인을 천하의 왕으로 삼아 유소씨(有巢氏)라 불렀습니다.

중고(中古)시대에는 천하에 큰물이 많이 나자, 곤과 그의 아들인 우(禹)가 나서서 물길을 트고 제방을 쌓아 물을 잘 유통시켰습니다. 상고시대에 유소씨가 하던 짓을 중고시대에 우(禹) 임금이 하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우(禹) 임금이 하던 짓을 땅이 마른 오늘날에도 하겠다고 고집부리면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각 시대는 저마다 시대상황에 맞는 행위가 있는 법이기 때문에 아무리 요순(堯舜)의 이상정치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옛것을 따르려고만 하지 않고 시대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마치 우연히 얻은 토끼 새끼 한 마리 때문에 계속 토끼를 얻을 요행만을 기다리는 송나라 농부의 어리석음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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