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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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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 전민일보
  • 승인 2016.01.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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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相近也 習相遠也

“사람이 타고난 성(性)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은 서로 멀어진다 ”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수저계급론’이라는 게 떠돌고 있습니다. 부모 재산에 따라 계급이 금수저와 은수저, 동수저와 흙수저로 나눠진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부모 자산이 20억 원 이상이거나 연수입이 2억 원 이상이 되는 집안의 아이는 금수저이고, 부모 자산이 5천만 원 이하이고 연수입이 2천만 원 이하인 집안의 아이는 흙수저라는 겁니다.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에 절망한 이땅의 청춘들의 풍자와 해학이라고 웃어버리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수저계급론은 부잣집이나 명문가 출신을 가리킬 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영어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지위가 세상살이에 절대 유리한 조건이 된다는 뜻입니다.

금수저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걸음마를 떼자마자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사교육을 받은 뒤 명문대에 입학하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옵니다. 부모의 부나 지위를 이용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혜택까지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의 삶은 툭치면 산산이 부서지는 모래알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수저계급론에 대해 공자(孔子)는 무어라 말했을까요?

사람이 타고난 성(性)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은 서로 멀어진다.(性相近也 習相遠也)

사람이 타고난 성은 누구나 비슷합니다. 태어나면서 본래부터 좋고 나쁜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단지 태어난 뒤에 선(善)한 습관이 들면 선해지고, 악(惡)한 습관이 들면 악해지는 겁니다.

“사는 곳을 고를 때 인(仁)한 곳이 좋다. 인한 곳을 골라서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느냐?”고 공자는 물었습니다.

태어나기도 잘 태어나야겠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모름지기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해서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수저계급론은 취직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뜻의 ‘삼포 세대’가 절망 끝에 만들어낸 말인데, 심각한 것은 흙수저를 물러준 부모가 아니라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밥 먹는 일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사회가 굳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수저계급론은 사회정의라는 차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출신성분보다는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 경쟁하는 게 사회정의에 맞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주장해도 수저계급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 없어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금수저 운수저가 아닌 스테인레스 수저라도 물고 있는 사람도 그것조차 내려놓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게 삶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수저계급론을 철폐하자고 주장했던 민주투사들조차 자신들 입에 금수저가 들어가자, 그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온갖 짓을 다 저지르지 않습니까?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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