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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겨울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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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겨울의 의미는 무엇인가?
  • 전민일보
  • 승인 2016.01.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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貞者事之幹也

“정이라는 것은 사물의 근간이다

주역(周易)은 괘(卦)를 그려놓고, 우주만물이 변하는 이치를 설명하면서 사람 사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괘(卦)는 모두 64개로 이루어지는데, 맨 먼저 나오는 괘가 건(乾)입니다.

괘는 우주 만물이 존재하는 방식과 변화하는 원리를 상징하는 기호로 음(--)과 양(—)으로 그립니다. 음(--)은 순한 것이고, 양(—)은 굳센 것을 상징하는데, 건(乾)은 하늘(天)의 작용을 상징하는 괘로 모두 굳센 양(—)으로만 구성돼있습니다. 하늘을 상징한다고 해서 ‘하늘 건’이라고도 읽고, 하늘은 건조하기 때문에 ‘마를 건’이라고도 읽습니다.

하늘은 따뜻한 봄, 더운 여름, 서늘한 가을, 추운 겨울이라는 네 계절(四時)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데, 그렇게 만물을 끊임없이 생성 변화시키는 작용을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고 부릅니다.

원(元)은 만물이 생겨나게 하는 것으로, 사계절 가운데 봄의 작용에 해당하고, 사람의 마음 가운데 인(仁)에 해당합니다. 형(亨)은 만물이 성장해서 크게 번창하도록 해주는 여름의 작용으로 예(禮)에 해당합니다. 리(利)는 만물이 번창해진 뒤에 결실을 맺게 하는 가을의 작용으로 의(義)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정(貞)은 만물이 결실을 맺은 뒤에 제자리로 들어가 때를 기다리게 하는 겨울의 작용으로 지(智)에 해당하는데, 주역(周易)에서는 정(貞)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정이란 것은 사물의 근간이다.(貞者事之幹也)

겨울의 작용을 상징하는 정(貞)이 사물의 근간이 된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말인가? 겨울이 어떻게 사물의 근간이 된다는 말인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보면, 봄은 만물이 생겨나게 하고 여름은 만물이 무성하게 해주며 가을은 만물이 결실을 맺게 해줍니다. 하지만 겨울은 들판을 텅 비게 만들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감추고 비워둘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은 심판의 계절입니다. 겨울이 없다면 만물은 생명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가을에 결실한 씨앗이 모두 땅에 떨어져 싹이 튼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수가 너무 많아 하나도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겨울은 추위라는 무기를 가지고 이것들을 심판하여 착실하게 성장하고 충실하게 결실한 열매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죽여 버립니다. 심판의 계절 동안 살아남은 열매만 봄에 다시 부활하여 생명을 이어가게 됩니다. 겨울은 봄, 여름, 가을 동안의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원입니다. 겨울이 겨울의 역할을하지 못하면 만물은 세 계절 동안의 활동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휴식은 그냥 놀면서 낭비하는 게 아닙니다.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입니다. 밤에 자는 잠이 낮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잠은 낮 활동으로 손상된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활동입니다. 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사람은 원만한 삶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감추고 비워두는 겨울의 이치입니다.

심우석 관광학 박사,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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