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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나이가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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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나이가 든다는 것
  • 전민일보
  • 승인 2015.12.3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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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其老也血氣旣衰戒之在得

“늙어서는 혈기가 쇠잔해버리니
경계할 것이 이득인 물욕에 있다”

헨리 나우엔이 쓴 책 「나이 든다는 것」에 따르면, 더러 인간 존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따듯하고 부드럽게 품어주듯 환하게 빛나는 광채를 바라보는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나이 먹어가는 것이 어떻게 빛을 바라보는 눈이 점점 더 크게 열린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오래 살다 보니 진리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걸 어떻게 꼭 집어 표현하겠는가? 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이들, 어쩌면 늙는걸 겁내는 이들에게 노년은 깨달음의 시기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뭘 깨닫죠? 이렇게 묻는다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스스로 잦아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깨달음이 될 수 없으니까.”

노년은 깨달음의 시기라는 겁니다. 노인은 긴 세월동안 세상과 힘겹게 싸워온 숱한 날들 깨지고 멍든 얼굴에 한 줄기 새로운 빛이 서리는 것을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알게 됩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결코 사라지지 않을 빛을 말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공자(孔子)는 이렇게 말합니다.

늙어서는 혈기가 쇠잔해 버리니 경계할 것이 이득인 물욕에 있다.(及其老也 血氣旣衰戒之在得)

통찰력은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어가며 인간이 가진 자기 한계 너머로 이끌어갑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성향이나 현재만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에서도 벗어나게 해줍니다.

자신의 처지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갖게 함으로써, 삶과 죽음을 가르는 데서 비롯된 아픔마저 서서히 가라앉힙니다.

올더스 헉슬리는 첫 번째 부인, 마리아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이런 사실을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풀어냈습니다. 그는 아내 머리에 손을 얹고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놓아요, 놔버려요.…빛속으로 곧장 들어가요.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빛을 향해 가요. 온갖 기억도, 회한도 버려요 뒤돌아 보지도 말아요. 당신이나 남들의 미래 따위는 염려할 필요 없어요. 그저 빛만 생각해요 이 순수한 존재, 이 사랑, 이 기쁨만 보도록 해요.”

보탤 말이 더 있을까요? 헨리 나우엔은 말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다고. 받는 데서 주는 쪽으로 성숙해가고 삶이 죽음을 값지게 만들면서 인생의 주기를 매듭지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이 드는 걸 감추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삶의 신비를 벗기고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는 성장과정으로 인정하고 경험해야 합니다. 노인이 없으면 누구나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어르신들은 선도자입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노인들의 모습은 인간이 너나없이 똑같은 과정을 밟아가고 있음을 명쾌하게 일깨워줍니다.

최현숙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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