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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무위는 텅 빈 상태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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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무위는 텅 빈 상태로 만드는 것
  • 전민일보
  • 승인 2015.12.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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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聖人不仁以百姓爲芻狗

“천지는 불인하여 만물을 추구로 삼고
성인도 불인하여 백성을 추구로 삼는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을 읽다보면 무위(無爲)란 말이 참 많이 나옵니다. 글자 그대로 함(爲)이 없다(無)는 말입니다.

함(爲)이 없다(無)는 말은 무슨 뜻인가? 비우는(虛)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함이 없음을 하는 것(爲無爲)’입니다. 반대로 함(爲)이 있음(有)을 뜻하는 유위(有爲)는 채우는(盈) 방향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수레에는 두 개의 바퀴가 있고, 수레바퀴 가운데는 비어있는데, 그렇게 비어있는 게 무위(無爲)입니다. 수레바퀴 가운데가 비어있기 때문에 차축(車軸)을 끼워서 굴러다닐 수 있습니다. 무거운 짐도 싣고, 사람도 탈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바로 수레의 유위(有爲)입니다.

무위는 텅 빈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텅 빈 상태가 되어야 생성이 가능합니다. 꽉 채워져 있는 상태라면 생성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생성하고 변하지 않으면 늘 적체될 뿐입니다.

가령,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면 다시 비우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또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죽을 때까지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내보내고, 다시 먹고 내보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채우고 비우는 과정이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생명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유위를 했다면 그 다음엔 반드시 무위를 해야합니다.

무위와 유위를 마음에 적용한다면 무심(無心)과 유심(有心)이 될 것입니다. 무심(無心)은 마음(心) 없음(無)이고 유심(有心)은 마음(心) 있음(有)입니다. 무심은 마음이 비워져 있는 상태이고, 유심은 마음이 채워져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노자(老子)가 “그 마음을 비우라.(虛其心)”고 말했듯이, 마음을 텅 비운 상태가 무심(無心)입니다. 마음을 텅 비웠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천지는 불인(不仁)하여 만물을 추구(芻狗)로 삼고, 성인도 불인(不仁)하여 백성을 추구(芻狗)로 삼는다.(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聖人不仁以百姓爲芻狗)

추구(芻狗)는 제사(祭祀)에 쓰기 위해 짚(芻)으로 만든 개(狗)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사 때 정중하게 쓰이다가 제사가 끝나면 버려지는 천한 물건인데, 천지는 불인(不仁)하여 만물을 추구(芻狗)로 삼는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仁)은 생명을 사랑하고 사물을 아끼는 마음이니, 천지(天地)가 불인(不仁)하다는 것은 천지(天地)한테 그런 마음이 없어서 만물을 하찮게 여긴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천지는 하나의 자연(自然)으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비인격자(非人格者)입니다. 비인격자인 까닭에 인자(仁慈)한 마음으로 만물을 낳고 기르지 않습니다. 그저 도(道)의 작용에 따라 만물이 저절로 나서 자라다가 시들어 떨어지게 합니다. 제사 때 귀하게 사용되다가 제사가 끝나면 미련 없이 버려지는 추구(芻狗)처럼 말입니다. 천지는 만물이 저절로 생성하고 소멸하게 할 뿐 아무일도 하지 않습니다. 아무 마음도 쓰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위(無爲)이고 무심(無心)입니다.

김삼덕 보건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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