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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이제는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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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이제는 연대가 필요하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12.0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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志士仁人無求生以害仁有殺身以成仁

“지사와 인자는 살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이 없고
자기를 죽여 인을 이루는 일은 있다 ”

현대 스웨덴의 보편복지틀을 매듭지은 사민당 총리이자 중립노선을 새롭게 정의한 정치가인 올로프 팔메의 삶을 담은 책 「울로프 팔메: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을 지은 하수정이 스웨덴 움샅라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친구들과 놀다가 한밤중에 시내에서 야식을 사 먹으려고 했더니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겁니다. 그녀는 스웨덴 친구들에게 “서울에는 24시간 문을 열어놓는 편의점과 식당, 치킨집과 맥주집들이 많다.”고 자랑삼아 말하자, 그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는 커녕 “그럼 그 가게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겠느냐?”고 되물어서 놀랐다고 합니다.

스웨덴 친구들은 ‘내 돈내고 사 먹으면 그만’이 아닙니다. 자기와 똑같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공감(empathy)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1위가 흑백분리정책에 반대하여 평생을 바쳐 싸운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운동 투사이자 정치인인 넬슨 만델라를 꼽았고, 2위가 엄마, 3위가 올로프 팔메였다는 이야기도 놀라웠다고 합니다. 그들의 공감의 감수성은 국경을 넘어서 인류 공동체에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가 그런 스웨덴 국민들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요? 「좌파 논어」를 쓴 주대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지사와 인자는 살기 위해 인(仁)을 해치는 일이 없고 자기를 죽여 인(仁)을 이루는 일은 있다.(志士仁人無求生以害仁有殺身以成仁)

지사(志士)는 뜻이 있는 선비요, 인인(仁人)은 덕(德)을 이룬 사람이니, 이치로 보아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살려고 한다면 그 마음에 편치 않아지고 마음의 덕(德)을 해치게 됩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죽어서 마음이 편안하고 덕(德)이 온전하게 되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자기를 죽여 인(仁)을 이루는 일은 있다는 것입니다.

주대환에 따르면, 공자가 현대에 되살아나신다면 틀림없이 저 먼 서융(西戎)오랑캐 나라 스웨덴 사람들의 인(仁)함에 감탄하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인(仁)은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한다면 바로 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연대는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smpathy)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나와 동등한 사람에 대한 공감(empathy)에서 나오는 마음, 다시 말해 평등한 사회구성원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을 연대라고 한다면, 그런 연대와 공자가 말하는 인(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등의 나라였기에 여기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인(仁)입니다. 인(仁)이라는 고욤나무에 연대라는 대봉 감을 접붙이면 한국사회는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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