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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민본과 민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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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민본과 민주는 다르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11.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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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視自我民視天聽自我民聽

“하늘의 나는 서민이 보는 것을 따라서 보고
나의 서민이 듣는 것을 따라서 듣는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天)을 인격신 같은 존재로 여겼습니다. 하늘(天)은 우주 삼라만상을 창조한 조물주이자 천지자연의 법칙을 운행하고 인간사를 제어하는 절대자로 온 세상을 관장하는데, 인간 세상에 대해서는 직접 관리하는 대신 특별히 덕(德)있는 사람을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로 삼아 천하를 다스리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천명사상(天命思想)으로, 하늘이 천자를 선택할 때는 훌륭한 마음씨와 품행으로 드러나는 덕(德)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만일 선택한 아들의 덕(德)이 떨어져서 타락하면, 하늘의 대리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 때문에 천자(天子)는 언제나 덕(德)을 잘 닦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아들인 천자의 덕(德)을 어떻게 살피는가?

하늘은 나의 서민이 보는 것을 따라서 보고, 나의 서민이 듣는 것을 따라서 듣는다.(天視自我民視天聽自我民聽)

하늘이 천자(天子)의 덕(德)을 직접 살피는 게 아닙니다. 백성이 보고 듣는 것을 통해서 살핍니다. 백성이 보고 들은 것들이 바로 하늘이 보고 듣는 것입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입니다. 서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니, 하늘의 대리인인 통치자는 백성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통치자는 하늘의 뜻으로 나타나는 서민의 의견을 꿰뚫어 보고, 그들을 만족시켜야만 자신의 통치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통치자가 서민의 마음을 기준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바로 민본사상(民本思想)입니다.

민본사상(民本思想)을 이야기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때로는 학자들마저도 민본(民本)과 민주(民主)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민본에서 민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오해라는 겁니다.

민본(民本)은 민주(民主)로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개념 자체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본(民本)은 백성이 근본이라는 말이지만, 민주(民主)는 인민이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인민이 근본이란 말은 백성이 통치행위의 목적이나 기준이 된다는 뜻이지, 권력이 인민한테서 나온다는 말은 아닙니다. 민본에서 인민은 어디까지나 통치대상으로 통치자가 베푸는 은혜를 입는 존재일 뿐이지 통치주체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는 말 그대로 인민 스스로가 주인이기 때문에 결코 통치대상만일 수는 없습니다. 민본에서 인민은 통치대상이 될 뿐이지만, 민주에서는 통치대상인 동시에 통치주체이기도 합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민본과 민주는 아주 다른 것으로, 민본에서 민주로 발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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