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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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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 모음
  • 전민일보
  • 승인 2015.11.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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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어요. 아침 산책길에 탱자나무울타리를 지나가다 탱자 두어개를 주웠어요. 운향과(芸香科)의 열매라서 그런지 향기가 정말 좋았어요. 작은 고추가 맵다고 동일한 운향과(蕓香科)의 감귤이나 오렌지보다 더욱 진한 향기가 배어 있었지요. 탱자를 만진 손에서도 향이 배어 지워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저는 오렌지나 감귤 먹는 것을 좋아했을 뿐 이지 탱자를 만져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딱 한번 작년에 예쁜 후배와 함께 수목원을 산책하다가 탱자나무 울타리 밑에서 탱자를 주워본 적이 있었어요. 그 후배는 탱자로 탱자청을 만들면 향이 정말 좋다고 하면서 탱자를 열심히 줍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탱자 서너 개를 주워 와서 가을 정원의 정물처럼 한지로 만든 과반에 장식을 해 놓았는데 그 탱자가 놓여 있는 곳을 지날 때 마다 향이 나서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저도 탱자 두어 개를 주워본 것이랍니다. 역시 향이 정말 좋아요. 그도 그럴 것이 이탱자는 생약제로도 사용되거든요. 지실(枳實)이라고 해서 기(氣)를 잘 통하게 하는 생약이랍니다.

탱자 두어 개를 주머니에 넣고 거닐다가 모과나무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어요. 모과나무아래에도 모과가 몇 알 떨어져 있었지요. 그래서 모과도 한 알 주웠어요. 모과향이야 말하지 않아도 그 향기를 누구나 다 잘 알지 않겠어요? 모과 역시 작년에 p 수필가님께서 손수 가꾸신 모과를 보내주셔서 모과차도 만들고 모과주도 담그고 작년 가을은 모과향기 속에 향기 넘치는 가을을 보냈어요.

산책길에서 귀가하여 주머니에서 탱자와 모과를 꺼내어 맑은 물에 씻어 과반에 담아 정물화를 연출했어요. 그리고 시골집의 감나무에서 따온 감도 두어개 함께 놓아보았어요. 샛노란 탱자와 모과 그리고 다홍빛감이 어울려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며 문득 지인들에게 가을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즉흥환상곡의 음원을 찾아 마음속에 푸른 호수를 그려놓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가을이 무르익었어요!”

하고 인삿말을 한 줄 쓰다가 문득, 시쳇말로 2프로 부족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냉장고를 열어 붉은 사과도 두어 알꺼내어 과반 옆에 두고 또 한줄을 썼습니다. 이윽고 감과 사과를 보면서 감.사! 매사에 감. 사드리고 싶어요! 라고 첨언을 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사과드릴 일이 있었다면 사과도 드리고 싶었어요.

감사(感謝)와 사과(謝過)!

감사와 사과드릴 수 있는 마음의 선홍빛 보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뽀드득 소리나게 닦아 더욱 빛나는 홍옥(紅玉)을 그리고 있었어요.

문득 창문으로 갈바람이 한줄기 스쳐가며 난향이 코에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하란(夏蘭)이라 부르고 있는 이 난은 며칠 전에 꽃을 피워 달콤한 향기가 이를 데 없어요. 지난 여름에도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웠는데 또 다시 이 가을에 꽃을 피운 난이에요. 추운 겨울에 피는 난은 한란, 봄에 피는 난은 춘란, 여름에서 부터 피는 난은 하란....추운 겨울에 피는 난은 신감(辛甘)한 향인데, 따뜻한 날씨에 피는 난은 향기가 은은하고 달콤해요. 난향까지 더하니 이제 가을 향기 모음이 완성된 듯 해요. 문인 중에서 난과 가장 가까이 지낸 분은 가람선생님이지 싶습니다.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중략-)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가람선생님의 문향(文香) 일적(一滴)을 화룡점정으로 서찰말미에 남기며 끝인사를 드립니다.

“향기로운 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대를 사랑해요! 모두 모두...

소현숙 세림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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