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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웠던 젊은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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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웠던 젊은 시절에
  • 김민수
  • 승인 2007.05.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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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웠던 젊은 시절에

수필가 허성배

 지루했던 젊은 날의 시간을 생각해 본다. 웅덩이에 괸 물처럼 답답하게 흐르지 않는 시간·불안과 회의와 좌절이 헝클어진 실꾸리처럼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은 정지된 상태로 졸고 있지 않았던가.

 기나긴 외로운 밤은 영영 밝지 않을 듯 했고, 사랑에 멍든 가슴에 상흔 같은 붉은 황혼은 가실 줄을 몰랐었지. 고뇌의 대낮은 너무나 권태로웠고 절망의 밤은 영원처럼 끝이 없었지.

 아, 지루했던 그 젊은 날의 정체된 시간이여…. 우리는 얼마나 그 신선한 교체를 고대했던가. 폭포처럼 힘찬 흐름을 기다렸던가. 그 폭풍 같은 시간 속에 가슴처럼 곧고 튼튼한 다리로 얼마나 달리고 싶었던가!

 2007년! 이제 시간은 우리 앞에 머물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질풍처럼 도망쳐 내려가는 시간이다. 아무리 사슴같이 튼튼한 다리로도 쫓아가기 힘든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사색과 고뇌와 권태의 시간에서 우리는 이제 행동의 시간 속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와 생활비 부족을 걱정하면서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시간의 부족을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가. 정녕 시간의 아쉬움은 마음을 죄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소모했는가.

 탕자가 가산을 탕진하듯 우리는 그 보다 더 귀중한 제각기의 유한한 자산(資産)인 시간을 탕진해 버리지 않았던가. 사랑하고 번민하고 허욕을 쫓아 넘어지고 일어서는 동안 시간은 구름처럼 흘러 버렸다. 누가 지루한 시간이라고 했던가. 누가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했던가. 그것은 바로 젊음의 착각이었던가. 

 하나밖에 없는 생명처럼 소중한 시간, 그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우리들의 시간이 거의 다 가버린 다음임은 얼마나 안타까운 모순인가. 많든 적든 우리들은 제각기 얼마간의 소중한 시간의 소유주들이다. 그 소유물을 누가 정녕 보람 있게 가치 있게 쓰느냐가 제각기의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에 대한 고찰과 반성은 수천 년 자고로 현인들과 철인들 사이에 논의된 바가 없다. 거러나 내 시간은 나의 것 내가 처해 있는 여건과 내가 타고난 천성과 재능에 의해 그 시간의 내용과 빛깔을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그 빛깔에 따라 사람들의 모습도 여러 가지로 변화 한다.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인생은 짧으니 즐겁게 놀아나 보자며 사는 사람·남을 위해 사는 사람·자기만을 위해 사는 사람·나라와 의(義)를 위해 피 흘리는 사람·학문이나 예술 속 무아(無我)의 희열 속에 사는 사람·수전노처럼 돈 모으기에만 생애를 바치는 사람 등 실로 사람의 시간은 다양하게도 쓰여 지고 있다. 

 그 용도의 선택은 바로 인격이요, 가치요, 재능이라고 하겠다. 지난해 겨울의 두꺼운 얼음도 새봄을 맞으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맑은 시내는 괴어 있지 않고 아무리 좋은 계곡이라도 흘러내리고 있다. 이 신선한 시간의 그릇 속에 우리는 이제 무엇을 마련해 담을 것인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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