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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사람을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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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사람을 사랑하는 일
  • 전민일보
  • 승인 2015.11.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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樊遲問仁子曰愛人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仁)은 공자사상을 일관하는 근본원리요 유교의 중심덕목입니다. 공자사상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논어」를 보면, 인(仁)이란 말이 무려 108번으로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중요한 개념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仁)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그 해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논어」에는 인(仁)에 대한 말이나 그것을 설명한 말이 여러 군데 보이지만 얘기하는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뜻은 ‘사람을 사랑하는 일(愛人)’로 풀이합니다.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樊遲問仁子曰愛人)

공자의 제자인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인(仁)이란 말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다른 어느 것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공자가 노나라 정계에서 요직을 맡고 있을 때, 그의 집 마구간에 불이 났습니다. 공자는 조정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이 타버린 모습을 보고 “사람이 다쳤느냐?”고 물었지만,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습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 말(馬)은 오늘날 최고급 승용차에 해당될 정도로 값비싼 재산인 동시에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말(馬)은 단순한 부(富)가 아니라 사회신분을 상징하는 재산이었던 까닭에 보통사람들 같았으면 당연히 물어봤을 겁니다. 그런데도 공자는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만 묻고, 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째서 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을까요? 그까짓 말은 다치거나 죽어도 좋다는 건가요? 아니면 말을 중요하게 여기던 그 당시 폐단을 바로잡으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물음에 대해 주자(朱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말을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다쳤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많았기 때문에 물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대체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가축을 천하게 여기는 게 이치가 마땅한 일 아닌가?”

사람을 너무 소중하게 여기다보니 미처 말에 대해서 묻지 못했다는 겁니다.

동물보호운동에 앞장서는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이라면 눈을 부릅뜰 노릇이겠지만, 말의 생명을 하찮게 여겨서 묻지 않은 게 아닙니다. 말도 분명히 생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다보니, 재산으로 여겨지던 말(馬)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겁니다. 사람의 생명보다는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요즘의 물질만능주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요?

김삼덕 보건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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