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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가까운 근심(近憂)이 생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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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가까운 근심(近憂)이 생기기 전에
  • 전민일보
  • 승인 2015.11.1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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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無遠慮必有近憂

“사람에게 먼 염려가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

원모심려(遠謀深慮)라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까지 계획해 깊이 생각하다.”는 뜻입니다. 먼 앞날을 깊이 생각해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나는 의미로 많이 인용되는 원모심려는 불확실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세대가 본 논어」라는 책을 쓴 배병삼은 먼 앞날을 깊이 생각한다는 원모심려를 “계획은 원대하지만, 주의는 세밀하게 기울인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원모심려는 미래의 계획과 현재의 삶을 긴밀하게 연결 짓는 프로젝트라는 것입니다. 원모심려를 가진 사람은 먼 계획을 바탕으로 현재를 조직하고 관리하므로 늘 긴장되고 조심스럽기 때문에 난데없는 근심이 틈입하지 못합니다. 의외의 사건이 돌발하더라도 늘 경계하면서 살아가는 긴장된 자세를 통해 그것에 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장된 자세란 평소에 맥놓고 살지 않는 태도를 뜻합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살면 현재의 삶이 방만해지고, 현재의 삶이 방만해지면 주변에는 꼭 걱정거리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방만함이 근심을 만든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사소한 근심도 큰 근심이 되고, 없는 근심마저도 새로 생겨납니다. 그러니 현재의 삶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이 틈입하고 그것이 나를 쥐락펴락하게 되니,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먼 염려는 꼭 필요하다고 공자는 말합니다.

사람에게 먼 염려가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人無遠慮必有近憂)

공자가 말하는 ‘먼 염려’ 인 원려(遠慮)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근심’이라 할 수 있고, ‘가까운 근심’인 근우(近憂)는 외부 상황이 나에게 틈입하여 만들어진 근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원려(遠慮)는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나 수십 년 수백 년 뒤에 자손들이 당할 고통을 걱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원려가 있는 사람은 유니세프를 후원하거나 환경운동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원려를 하면서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려(遠慮)가 없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근우(近憂)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근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끝없이 있습니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원하지 않아도 생기는 가까운 근심(近憂)이 생기기 전에 스스로 만든 근심(遠慮)으로써 고민의 바다(苦海)를 건너가는 게 현명한 삶 아닐까요?

근우에만 매달린다고 근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우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근우가 더 커집니다. 오지랖을 넓혀 원려를 가짐으로써 근우를 극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람은 한 번에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서영 전주교육대학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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