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01:40 (금)
[온고지신] 솔개는 하늘에서 날고
상태바
[온고지신] 솔개는 하늘에서 날고
  • 전민일보
  • 승인 2015.11.11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雅頌各得其所

“아(雅)와 송(頌)이 저마다 제자리를 잡았다”

공자의 생애를 보면,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14년 동안 천하를 떠돌아다니다가, 서기전 484년에 고국인 노(魯)나라로 돌아갑니다. 그의 나이 68세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공자는 정치에서 떠나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비롯한 육경(六經)을 정리하고 난 뒤에 이렇게 말합니다.

아(雅)와 송(頌)이 저마다 제자리를 잡았다.(雅頌各得其所)

각득기소(各得其所)라는 말이 생겨난 구절입니다. 각득기소는 저마다 능력(能力)과 적성(適性)에 따른 자리에서 맡은 일을 다한다는 뜻입니다.

「한서(漢書)」 동방삭전(東方朔傳)에 나오는 한(漢) 무제(武帝) 때 일입니다. 무제(武帝)의 여동생이 병으로 몸져누웠을 때, 황제에게 자기가 죽은 뒤에 아들 소평군(昭平君)이 죄를 저질러 사형당할 경우에도 돈을 바쳐 그 죄를 갚게 해줄 것을 청원합니다. 황제는 별 생각 없이 여동생의 청을 받아들였고, 여동생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죽습니다. 여동생이 죽은 뒤 황제의 딸과 결혼한 소평군은 차츰 교만하고 횡포해지더니 마침내 술에 취해 관원을 죽이고 체포됩니다.

재판관은 난처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사형감이지만 황제의 조카요 사위가 아닙니다.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무제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자, 무제도 난처했습니다. 법을 거스를 수도 없고, 죽은 여동생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제의 고민을 눈치 챈 대신들은 모두 “죄는 이미 대속(代贖)되었으므로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무제는 “비록내 사위지만 법을 어긴 자를 그냥두면 천하 만민의 신용을 잃는다.”며 법에 따라 사형을 명령하자, 동방삭(東方朔)이 와서 술잔을 바치며 말했습니다.

“상벌이 공정하니, 이는 천하의 복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입니다. 무제는 아무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날 저녁 황제는 동방삭을 불러 “그대는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정말 밉살스럽네.”라고 섭섭함을 토로하자, 동방삭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폐하의 공정함을 찬양하고 슬픔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술잔을 바쳤을 따름입니다.”

자신은 단지 각득기소(各得其所)를 실천한 무제를 찬양하기 위해 술잔을 바쳤다는 겁니다. 동방삭의 재치 있는 대답에 감탄한 무제는 전에 빼앗은 관위(官位)를 되돌려주고 비단백 필을 내렸으며, 그 뒤로 그를 더욱 총애했습니다.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노는 연비어약(鳶飛魚躍)처럼 천지 만물은 자연의 바탕에 따라 움직이면서 저마다 즐거움을 얻는 게 가장 좋은 것입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저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저마다 능력(能力)과 적성(適性)에 따른 자리에서 맡은 일을 다 할 수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한 세상이 됩니다.

최현숙 사회복지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