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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무언가 변화를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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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무언가 변화를 준다는 것
  • 전민일보
  • 승인 2015.10.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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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日新日日新又日新

“진실로 어느 날에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

고대 중국의 전설과 신화에 따르면, 오제(五帝)가 중국을 다스리던 시대에는 왕(王)의 자손이 아닌 신하 가운데 가장 덕이 높은 사람을 뽑아서 제왕의 자리를 물려주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왕위계승을 선양(禪讓)이라고 하는데, 다른 성(異姓)의 인물에게 평화스럽게 왕권을 넘겨준 셈입니다.

오제(五帝)의 마지막 제왕인 순(舜)임금도 자신의 신하였던 우(禹)에게 선양(禪讓)했습니다. 우왕(禹王)은 전설의 왕조인 하(夏)나라의 시조가 되었는데, 이때부터 자손에게 왕위를 세습하는 전통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商)나라의 탕(湯)이 하(夏)의 폭군인 걸왕(桀王)을 무너뜨리고 역성혁명(易姓革命)을 통해 천하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신하의 신분으로 자신이 섬기던 왕을 내쫓고 군주의 자리를 차지해 새로운 왕조를 개국한 것입니다.

탕왕(湯王)은 훗날 유가(儒家)들이 군주의 이상형인 성왕(聖王)으로 존경했지만, 신하 신분으로 무력을 동원해 군주를 몰아내고 새 왕조를 세운 행동이 정당한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입니다. 아무리 폭군이라도 신하가 무력을 동원하여 군주를 내쫓고, 그것도 모자라 군주 자리를 빼앗는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탕왕(湯王)은 그런 인물인데, 그는 목욕하는 그릇에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놓고 스스로 경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진실로 어느 날에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苟日新日日新又日新)

어느 날에 자기 몸에 오래 물든 더러움을 씻어 스스로 새로워지는 일이 있으면, 이미 새로워진 것을 토대로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해서, 잠깐 동안이라도 그만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린 탕(湯) 임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인데, 문득 마가렛 휘틀리의 「휴지, 세상과 싸울 필요 없습니다」에 다음과 같이 나오는 말들이 생각납니다.

무언가 변화를 준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고 싶다면, 부정하는 사고방식으로 영원히 회귀하기 싫다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됩니다. 그냥 눈감아버리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조그만 행동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변화를 위해 엄청난 행위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마음이 쓰이는 것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뭔가 열심히 궁리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고, 사회 차원의 지원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 관심을 기울일 그 무엇이 있다면,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하는 일이 만약 잘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습니다. 그건 흔한 일이니까요. 누군가 말했듯, 실패는 우리의 큰 스승입니다. 분명 그것이 전해주는 귀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전과 실패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또 마음을 더 크게 열 수 있게 합니다.

황미옥 조각가, 군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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