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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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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 전민일보
  • 승인 2015.10.2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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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

“자신이 서고 싶으면 남부터 세워주고

자신이 가고 싶으면 남부터 가게 하라”

채현국이 구술하고 정운현이 기록한 「쓴 맛이 사는 맛」이라는 책을 보면, 1990년대 초반 국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해 여름에 채소 값이 금값이라 도시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정부 당국을 향해 수급 조절을 해주든지 아니면 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급기야는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에서 당정회의를 열게 됐는데 국회 농림수산위원장이라는 사람의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같은 얼굴로 심각하게 말하는 겁니다.

“통배추가 비싸면 열무나 오이 등으로 김치를 담가 먹으면 될 것 아니냐”

배추 값만 아니라 채소값 전체가 올라 있었는데 이런 뚱딴지같은 소리를 해댄 것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발언했던 것입니다. 공자님이 그런 장관을 보았다면 과연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아마 다음과 같은 말 아닐까요?

자신이 서고 싶으면 남부터 세워주고 자신이 가고 싶으면 남부터 가게 하라.(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

요즘 어디서나 의사소통을 강조합니다. 여야 간에도, 세대 간에도, 노사 간에도 소통이 중요하다고들 얘기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소통은 원만해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1990년대 초반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 지금도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자기 입장만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 버릇 말입니다. 다들 자기가 내세우고 싶은 주장만 하다 보니 말조차 통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는 상대방 입장에서 얘기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상대방을 배려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탓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턴가 남을 이겨야 산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제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살아남는 세상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수필가인 린드버그는 “훌륭한 의사소통은 블랙커피처럼 자극이 강해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조합해보면, 상대방이 말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귀 기울여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여운은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간다는 말입니다.

아마도 이런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오해는커녕 서로 간에 완벽한 공감대를 자아내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부터 세워주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실천하면 됩니다. 의사소통의 핵심은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여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리가 없습니다.

오서영 전주교대 평생교육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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