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09:21 (금)
사기
상태바
사기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1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에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당대에 부농의 꿈을 이룬 어른이 고향에 살았다. 자린고비처럼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꿈쩍 않던 노인이 상처한 뒤 아들 집을 전전했다. 얼마 전에 아들의 간곡한 청을 들어 개발지역에 투자를 했다. 백 번을 두들겨 보아도 확실하다는 얘기에 남은 가산을 처분한 것인데, 사기에 걸려들어 빈손이 되었다. 힘 안 들이고 대박을 노리는 순진한 사람들은 사기꾼의 좋은 먹잇감이다.

예전에는 교육공무원 퇴직자가 사기꾼의 타깃이 된 적이 있었다. 퇴직금 날리기가 순간이었다. 교육자들은 아이들만 상대하고 늘 대접만 받아서, 조금만 띄워 주면 걸려든다고 했다. 이젠 은행 금리가 형편없이 낮아지면서 대부분 연금을 받게 되니 이런 일은 사라졌다.

얼마 전 역대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다고 속여 12억 원을 받아 챙긴 사기꾼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었다. 박 모 등 일당 4명은 ‘외국 채권과 금괴 등의 처리비용을 대주면 수십 배의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이들은 위조된 일본 5천억 엔권 채권과 금괴증서 등을 사업가 3명에게 보여주며, 이를 처리하려면 국가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 경비가 필요하다고 꼬드겼다.

1920년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미국 관광객을 만난 아서 퍼거슨은 영국 정부에 막대한 부채가 있어 넬슨 동상과 분수대를 팔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했다. 단돈 6천 파운드에 넬슨 기념 기둥을 팔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 후로도 그는 외국인들에게 국회의사당에 붙어있는 거대한 시계탑을 천 파운드에, 버킹검 궁전을 계약금 2천 파운드에 팔아치웠다.

퍼거슨은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1925년 이민을 갔다. 목장 주인에게 백악관을 할부로 팔아 10만 달러를 받고 잠적했다. 호주인에게는 자유의 여신상을 매각하기로 하고 거래 기념으로 사진을 찍은 게 발목이 잡혀 체포되었다.

리카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미국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의 실제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도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20세가 되기 전에 가짜 조종사, 변호사, 의사가 되어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결국 체포되어 죄를 청산하고 FBI의 위조지폐 감식반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조선 시대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나루터에서 물장수를 만나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는 물장수들을 선술집에 데려가 술을 사주면서 엽전을 나누어준 뒤 물을 지고 갈 때마다 엽전 한 닢씩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며칠동안 그랬더니 한양 상인들이 관심을 갖고 대동강 물을 팔라고 김선달에게 사정했다. 선달은 몇번을 버티다가 4천 냥에 팔았다. 당시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우리나라를 어떤 이는 ‘사기공화국’이라고 매도한 일이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잘한 사기꾼들은 비위를 상하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희대의 사기꾼들이 벌이는 활약상(?)은 청량감을 준다.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이 있고, 시대의 영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범죄자를 두둔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희대의 사기꾼들을 보면 나 스스로도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김현준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