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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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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 전민일보
  • 승인 2015.09.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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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에 들렀다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다시 집을 나왔다. 막바지 피서 인파로 전주~진안 간 26번국도 가운데 일부인 소양에서부터 차가 많이 밀렸다. 1차선을 따라 주행하고 있을 때 바로 뒤에서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왔다. 서둘러 방향지시기를 켜고 2차선으로 비키려고 했지만 2차선을 주행하는 차가 양보하지 않았다. 겨우 차를 비낀 다음 다시 차선을 바꿔 구급차 뒤를 따랐다. 그런데 구급차 앞에 가는 차가 양보를 하지 않고 1차선을 고집하며 달렸다. 한참 후 구급차는 2차선으로 차선을 바꿔 앞 차를 추월한 뒤 1차선을 따라 달렸다.

고려병원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려 그 차와 우연히 나란히 섰다. 반사적으로 차창 유리를 내리고 운전자를 쳐다보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것으로 알고 그 운전자도 차창을 내렸다. 예순이 넘었을 정도인 남성이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교회 다녀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면서 중학생 네 명이 담배 피우는 것을 보고 참견했다 기분이 되게 구겨졌던 기억 때문에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내 뱉는 말 끝에 “구급차에게 차선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신호가 바뀌어 그가 따발총처럼 쏘아대는 언어의 총탄을 고스란히 맞으며 기분이 또 구겨졌다.

구급차는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한 차량이다. 응급환자는 촌각을 다툰다. 구급차가 얼마나 빨리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심장이 뛴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방송을 통해 구급차에 대한 양보운전 의식이 높아졌다고 한다. 대다수 국민은 구급차나 소방차에 대해 양보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시간을 잠시 양보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행위이다. 생명이 위독한 사람을 이송하는 구급차를 양보하지 않는 것은 살인과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갑질’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갑질은 사회적으로 힘 있는 자가 상대적으로 약한 자에게 부리는 횡포이다. 재벌이나 권력층에 속한 절대적 강자가 부리는 횡포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이 생명이 위독한 사람 앞길을 가로막는 행위도 이른바 갑질이다.

양보는 구급차나 소방차에만 국한할 수 없다. 운전을 하다보면 초보운전자나 어르신 운전자를 만난다. 운전하는 것만으로 따지면 이들은 약자에 속한다. 이들이 차선을 편안하게 바꾸도록 배려하고 저속으로 운전할 때 경적을 울리지 말고 미리 비켜서 운전해야 한다.

우리 삶은 인생이라는 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살다보면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있고 국도나 지방도를 달릴 때도 있다. 포장한 아스팔트를 운전할 때도 있고 비포장도로를 울퉁불퉁 운전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차가 밀리지 않아 속도를 시원하게 낼 때도 있고 차가 밀리는 바람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서행할 때도 있다. 가는 길이 너무 급해 누군가에게 양보를 받아야 할 때가 있고, 급한 사람에게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생각만 하고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면 교통체증이 더 심해지고 사고가 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려면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희생은 시간일 수 있고 돈일 수 있고 어떤 자리나 위치일 수 있다. 남을 짓밟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생명은 살리는 일에 양보와 배려를 인색하게 하면 안 된다. 이 생명은 응급환자 뿐만 아니라 너와 나, 남과 북, 인류의 생명을 모두 일컫는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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