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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도둑 걱정을 하는 계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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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도둑 걱정을 하는 계강자
  • 전민일보
  • 승인 2015.09.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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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子之不欲雖賞之不竊

“진실로 그대가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백성들에게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하지 않겠지요”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 실권자로 국정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던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나라에 도둑이 많아 걱정이라며 좋은 대책이 없느냐고 묻자, 공자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진실로 그대가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백성들에게 상을 준다고 해도 도둑질하지 않겠지요.(苟子之不欲雖賞之不竊)

계강자는 노나라에서 세력이 가장 큰 계손(季孫)씨 집안의 우두머리로 이른바 탈적(奪嫡) 사건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탈적(奪嫡)은 종손이 끊어지거나 아주 미약해진 때에 유력한 지손이 종손 행세를 하는 것인데, 계강자(季康子)가 그런 탈적을 부당하게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아버지인 계환자(季桓子)가 병으로 죽게 되자, 가신(家臣) 정상(正常)에게 유언합니다.

“나를 따라 죽는 일이 없게 하고, 남유자(南孺子)가 낳는 아이가 사내아이면 군주에게 알려 나의 후계자로 세우고, 계집아이면 비(肥)를 후계자로 세워라.”

계환자가 병석에 있을 때 그의 정실부인인 남유자는 임신해서 아이 낳을 때가 되었던 까닭에 태어난 아이가 아들이면 대부 자리를 물려주고, 계집아이면 계강자인 비(肥)에게 물려주라는 말입니다. 계강자는 정실부인이 아닌 첩의 자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환자가 죽을 때까지 남유자는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계강자(季康子)가 임시로 아버지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남유자가 아들을 낳자, 정상(正常)이 조정에 들어가 말합니다.

“돌아가신 어르신께서 유언을 남기면서 가신인 저에게 남유자가 아들을 낳으면 군주와 대부들에게 말해 자신의 후계자로 세우도록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제 아들을 낳았기에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상(正常)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衛)나라로 달아납니다. 계강자는 애공에게 아버지 뜻에 따라 대부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청하고, 애공은 대부 공류(共劉)를 보내 정말 사내아이를 낳았는지 확인하도록 시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미 어린아이를 죽인 뒤였습니다. 계강자는 하는 수 없다며 아버지 자리를 물려받는데, 사람들은 모두 첩의 아들인 계강자가 본처의 아들을 죽이고 아버지 자리를 도둑질했다고 수군거렸습니다. 계손씨 집안은 노나라 정권을 훔쳤고, 계강자는 적장자의 자리를 빼앗은 도둑이라는 겁니다.

그런 계강자가 도둑 걱정을 하고 있으니, 공자는 계강자 자신부터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백성들에게 상을 주면서 도둑질하라고 하더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위정자(爲政者)는 백성이 보고 본받는 대상이니, 위정자가 탐욕을 부리지 않는 모범을 보이면 백성들도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욕(利慾)에 빠져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아랫사람을 바르게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꼭 옛날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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