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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인(仁)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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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인(仁)은 멀리 있지 않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9.16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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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준 전주 동산파출소장

 
仁遠乎哉我欲仁斯仁至矣

“내가 인을 바라기만 하면 인은 바로 곁에 있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 임금인 경공(景公) 때 일입니다. 제(齊)나라에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큰 눈이 내렸습니다.

경공(景公)은 따뜻한 방안에서 여우 겨드랑이에 있는 흰털로 만든 옷을 입고 설경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눈이 계속 내리면 온 세상이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느긋하게 있는데, 재상인 안자(晏子)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창문 밖 가득 쌓인 눈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참으로 이상하오. 사흘 동안이나 눈이 내렸는데도 날씨가 조금도 춥지 않으니 말이오.”

경공은 안자도 설경에 흥취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에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는데, 안자가 경공의 여우 털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묻는 겁니다.

“날씨가 춥지 않다고요?”

안자는 진지한 얼굴로 따지듯이 물었지만, 경공은 안자가 왜 그렇게 묻는지 알아볼 생각도 않고 그저 웃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러자 안자는 다시 한 번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듣기로 옛날의 현명한 임금들은 자기가 배불리 먹으면 누군가가 굶주리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자기가 따뜻한 옷을 입으면 누군가가 얼어 죽지 않을까를 걱정했으며, 자기 몸이 편안하면 누군가가 힘들지 않을까를 늘 염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금께서는 자기 자신 이외에는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시는군요.”

안자는 제나라의 정치가로 국민의 신망이 두터웠고, 관중(管仲)과 비견되는 훌륭한 재상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검소하여 밥상에 반찬을 세 가지 이상 올리지 못하게 했으며, 늘 누더기 같은 낡은 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언제나 백성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던 그는 편안한 일상에 묻혀 눈 오는 경치에만 정신을 빼앗긴 채 추위에 떨고 있을 백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공의 불찰을 옛 임금들의 보기를 들어 따끔하게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자 경공은 부끄러워 하는 얼굴로 “훌륭합니다. 과인이 그 말씀을 따르겠소.”라고 말하고는, 옷과 식량을 풀어 춥고 배고픈자에게 나누어 주도록 했는데, 그런 일을 두고 공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이 멀리 있다고?

내가 인을 바라기만 하면 인은 바로 곁에 있다.(仁遠乎哉我欲仁斯仁至矣)

인(仁)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실행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능근취비(能近取譬), 자기한테 가까이 있는 것을 가지고 깨닫기만 하면 됩니다.

자기한테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기 자신이니, 인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서게 하고, 자기가 이르고자 하는 곳에 남도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것은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남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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