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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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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세상
  • 전민일보
  • 승인 2015.09.1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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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딸네 가족과 피서여행을 떠났다. 새로 뚫린 동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나들목 요금소에 멈추지 않고 하이패스로 통과했다. 휴가철이라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섰는데, 우리는 그냥 쌩하고 달렸다.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가.

거제도 리조트에 짐을 풀고 해안을 산책하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카메라를 준비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좋은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기도 쉽다.

인터넷에서 거제도의 맛집을 찾아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처음 길이라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아무리 길치라도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몇 번이나 길을 묻고 헤맸을까?

나는 전주 서부 신시가지로 이사하고 나서 인후동 안골 쪽으로 오가는 일이 많아졌다. 정류소에 버스노선표가 붙어 있고, 전광판에는 어느 버스가 몇 분 내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뜬다. 버스가 정차하면 교통카드를 들이대면 끝이다. 50원이 할인되고 환승할 때는 무료다. 버스승객의 90% 이상이 교통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만원 버스를 무작정 기다리던 세월이 언제였는지 아스라하다.

황단보도를 건널 때 초록 신호등 아래 숫자가 뜬다. 몇 초가 남았다는 표시로 건너야 할 지, 기다릴지 판단할 기준이 된다. 노약자의 안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집에서 3분 거리에 은행이 있어 입출금과 송금이 수월하다. 신용카드는 언제 어디서나 화폐 대용수단으로 손쉽게 사용한다. 인터넷 뱅킹은 집에 앉아서 송금할 수 있고, 쇼핑몰에서는 물건을 구매하기 편리하다.

어느 주민센터에서나 주민등록 등·초본을 손쉽게 뗄 수 있다. 전국 행정전산망이 잘 구축되어 그렇게 할 수 있다. 얼마 전 호적등본 한 장 떼려면 고향의 면사무소에까지 오가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던가? 격세지감이 든다.

정보의 바다를 맘껏 헤엄칠 수 있는 인터넷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유익하다. 세계를 한눈에 훑어보고 웬만한 자료는 찾을 수 있다.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백화점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불편하지 않다. 공항에서 무빙워크 위를 걷다 보면 축지법을 쓰는 것 같다.

요즘 TV 채널은 2백 개가 넘는다. 수시로 리모컨을 써서 보고 싶은 방송을 선택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편리한 줄 모르고 살기 때문에 문제다. 조금만 시스템이 삐걱거리면 못 살겠다 아우성이다. 지나치게 편익만을 추구하는 생활은 아닌지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맛있는 줄 모르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아 안타깝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면서도 잘 사는 줄 모르고 사는 게 불행이지 싶다.

이제부터라도 하찮은 것일망정 고마워하고 즐기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갈수록 편리함과 속도, 그리고 실용만을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 옛것을 소홀히 하고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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