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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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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곳
  • 전민일보
  • 승인 2015.09.0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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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장강명이 쓴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간 사연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계나는 가족과 남자 친구가 만류하고 ‘외국병’에 걸렸다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호주로 떠난다.

종합금융회사에 다녔던 그녀가 호주에서 한 일은 국수가게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원에 다닌 것이었다. 회계학 대학원에 입학하여 현지에서 잘 적응하며 생활하다 귀국하여 두 달 동안 보낸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은 남자 친구에게 청혼을 받지만 다시 호주로 떠난다. 처음 호주 행이 한국이 싫어 떠난 도피였다면 두 번째 호주 행은 스스로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다.

20~30대 젊은이 대부분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어한다. 가장 큰 이유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 잡는 것이 암울하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너무 싼 임금 때문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현실에 좌절하고 절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가 되었다. 이것도 모자라 취업과 희망마저 포기한‘칠포세대’가 되었다. 이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과 인간관계, 내 집 마련하는 것을 포기한 것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과 희망을 포기하며 산다.

취업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연애를 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월세나 전세로 시작하여 나중에 집을 마련하면 된다. 그러나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인해 젊은이가 이 나라에서 취업과 희망 자체를 포기하고 살아야 할 형편이다. 취업을 한 젊은이 가운데는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나라로 이민을 가려고 ‘이민계’를 붓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젊은이에게 머물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떠나고 싶은 나라, 살기 싫은 곳이 되었다.

월 몇 십만 원을 준다며 출산을 장려하는 지자체가 많다. 아이 하나를 더 낳으면 딸랑 몇 십 만원 주는 것으로 저출산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부자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에 몰린 롯데그룹이 얼마 전 고용정책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신입사원과 인턴사원 2만 4,000명을 청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오랜 경제 불황으로 기업이 채용을 꺼리거나 줄인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형적 지배구조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대다수 국민은 진정성이 결여된 꼼수라고 여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얼마전 KBS가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폐허를 극복하고 이룬 경제성장과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데 대한 자부심이 컸다. 국가 발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 41%로 가장 많았다. 부정부패와 사회양극화, 실업과 취업난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다수 국민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지 않고 정의롭고 안정된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세상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사는 대한민국이다. 그곳이 머물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곳이 되길 갈망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지 못하면 40일만 생존할 수 있다.

물을 먹지 못하면 여드레, 공기가 없으면 4분밖에 살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이 없으면 단 몇 초도 살 수가 없다. 젊은이가 희망을 포기한 나라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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