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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運)이 따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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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運)이 따르는지
  • 전민일보
  • 승인 2015.09.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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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행복한 친구를 보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비참해진다. 잘 나가던 유명인사가 갑자기 어려움에 봉착할 때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의 상태에 만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유명인의 불행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남의 잘남은 나의 못남이 되고, 남의 못남이 내겐 위안이 된다.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나보다 앞서가는 이들을 끌어내리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친구는 왜 나보다 늘 운이 좋을까? 자신의 노력은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나 노력은 과소평가하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심리학자는 75%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학교 때 은사인 기루 선생님은 운을 매우 싫어하셨다. 시골학교에서 처음으로 축구부를 만들어 군(郡)대회에 출전하였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선수들은 열심히 공을 찼으나, 2차전에서 강한 팀을 만나 패하고 말았다. 기루선생님이 ‘왜 졌느냐?’고 묻자, 선수들은 ‘운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날 선생님은 수업을 절반이나 까먹으면서 패배를 ‘운’탓으로 돌린 축구부 선수들을 나무라셨다. 아마 세상 살아가면서 다시는 운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말라는 교훈을 주신 것 같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성공은 운이 7할, 노력이 3할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중국 설화에 의하면, 옥황상제는 과거시험에 늘 낙방하는 선비에게 말했다.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7할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기는 해도, 3할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대체로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운의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KAIST의 장세진 교수는 기업의 수익률을 연구하여,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아니라 55% 정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55%만이 운이라면 다음에는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군인에게는 무운을 빈다는 말을 덕담으로 건네고, 글을 쓰는 이에겐 문운이 창성하기를 바란다고 인사한다. 그런가 하면 이제 우리나라는 국운이 뻗칠 호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공직생활 38년을 큰 사고 없이 정년을 맞게 된 것은 관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퇴직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비교적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만년 운도 괜찮은 편이다.

운은 잘하는 사람 곁에 있으며,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는 ‘프로에게 운은 없다’고 단언한다. 토머스 제퍼슨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운이 따른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나는 운을 믿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가 만나는 행운의 여신은 자신이 실천한 봉사와 사랑에 대한 대가요, 집념을 불태운 결과라고 본다.

운은 열심히 하려는 정신자세로 절실히 구하는 사람에게 닿는다. 오로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노력은 운과 기적을 만드는 열쇠이니까. 노력하지 않은 채 남과 같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헛된 운을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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