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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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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 전민일보
  • 승인 2015.08.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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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원 사업가

 
咸鏡道泥田鬪狗

“함경도는 이전투구입니다”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조선을 막 세우고 나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는 딱히 할 일도 없는지라 개국공신인 정도전(鄭道傳)에게 팔도(八道) 사람을 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정도전은 워낙 박식한 인물이라 임금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즉석에서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라고 말하더니 함경도에 대해서만 아무 말하지 않는 겁니다. 임금의 출신지라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성계는 호기심이 더욱 생겨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함경도에 대해서도 평을 해보라고 거듭 재촉했고, 정도전은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내 한 마디 했습니다.

함경도는 이전투구입니다.(咸鏡道泥田鬪狗)

함경도 사람들은 진흙탕에서 물어뜯고 싸우는 개 같다는 말입니다. 좋게 말하면,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성격을 칭찬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명분도 서지 않는 일로 몰골사납게 싸우거나 체면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다투는 사람들이라고 비꼬는 말입니다.

정도전의 말을 들은 태조는 이내 얼굴이 벌개졌는데, 눈치가 빠른 정도전인지라 얼른 이어서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올시다.”라고 말했습니다. 함경도 사람들은 돌밭을 가는 소처럼 인내심 강하고 부지런하다는 겁니다.

그제야 태조는 용안(容顔)에 희색이 만연해지면서 정도전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본래 이전투구란 말은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할 성격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전투구란 말은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진흙탕에서 물어뜯고 싸우는 개처럼 정치인들은 온갖 부패와 부정 속에서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만 싸우는 존재라는 겁니다. 명분도 없는 일로 몰골사납게 싸우거나 체면도 돌보지 않은 채 이익만을 다투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자체가 나쁘다거나 정치인 모두가 도둑놈이란 말은 결코 아닙니다. 정치인도 사람인지라 악하거나 불결할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정치 자체가 나쁘다거나 더럽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쁜 사람이나 사회의 더러운 면을 없앨 수 있는 것도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죽이는 것도 정치고 살리는 것도 정치입니다.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것도 정치고,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도 정치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정치를 가리켜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라고도 말했지만,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전투구라는 말만 생각나니 참으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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