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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때로 눈 먼 욕망에 사로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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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때로 눈 먼 욕망에 사로잡혀
  • 전민일보
  • 승인 2015.07.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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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보건행정학박사, 원광대학교 강사

 
不蘄畜樊中 神雖王 不善也

“새장 안에 갇혀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몸음 편안할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하고 있는데, 초나라왕이 보낸 두 대부가 찾아와 왕의 뜻을 전합니다. 내용인즉슨 초나라 재상이 되어 정사를 맡아달라는 것입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높은 자리에 오르라는 것인데, 장자는 낚싯대를 쥔 채 돌아보지도 않고 묻습니다.

“내가 듣건대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神龜)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은 죽은 지 삼천 년이 되었는데, 초나라 왕은 그것을 귀한 천에 싸서 귀한 상자에 담아 묘당 위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 거북 자신은 그렇게 죽어서 뼈를 남긴 채 소중하게 받들어지기를 바랐을까요?”

“그야 죽지 않고 살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지 요.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렇지요?:”

“그럼요.”

“정말 그렇지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그렇다면 그대들은 어서 돌아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닐 테니까요.”

장자는 초나라 왕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초나라의 정사를 맡는 것이 비천하고 필요 없는 일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본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못가에 사는 꿩은 열 길음 가서 한 번 쪼아 먹고, 백 걸음 가서 물을 한 번 마십니다. 먹이 하나를 찾으려면 열 걸음을 가야하고, 물 한 모금을 마시려면 백 걸음을 가야할 정도로 수고롭게 삽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화살이나 덫의 표적이 될지 모르고, 매나 독수리에게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이 늘 도사립니다. 그래도 편안하게 새장 안에 살라고 하면 마다합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살던 곳에서 살겠다고 합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새장 안에 갇혀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몸은 편안할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것은 아니다.

不蘄畜樊中 神雖王 不善也

꿩은 꿩 나름대로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거칠게 먹고 천적을 피하기 위해 조심해야 하지만, 자신의 장에서 자기 삶의 방식대로 유유자적 하는 게 마음이 더 편안합니다. 자신이 타고난 본성에 따라 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장관 자리를 제안 받는다면, 또는 사장 자리를 제안 받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때로 눈 먼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 본성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외부 기준에 휩쓸려 다니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리고 그런 일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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