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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나는 진흙탕 속에서 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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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나는 진흙탕 속에서 살겠소
  • 전민일보
  • 승인 2015.07.1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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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吾將曳尾於塗中

“나는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겠소 ”

장자가 복수(?水)라는 강가에서 낚시하고 있는데, 초(楚)나라 대부(大夫) 두사람이 찾아옵니다.

두 사람이 찾아와서는 자기 네 왕이 장자에게 초나라 정치를 맡기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장자는 낚싯대를 쥔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합니다.

“내가 듣기에 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神龜)이 있는데 죽은 지 삼천 년이나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왕께서는 그 거북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고 묘당(廟堂) 위에다 소중하게 간직한다지요.”

“네, 아주 소중하게 모시지요.”

“그러면 내가 한 가지 물어봅시다. 만약 당신이 그 거북이라면, 죽어서 뼈만 남긴 채 소중하게 받들어 지기를 바라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라겠소?”

“그야 당연히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라지요.”

“그렇지요?”

“그럼요.”

“정말 그러지요?”

“그럼요, 누가 죽는 걸 좋아하겠어요.”

그러자 장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서들 돌아가라고 손짓하면서 말합니다.

나는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겠소.(吾將曳尾於塗中)

일인지상 만인지하(一人之上 萬人之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로는 임금 한사람뿐이고, 모두가 아래에 있다는 뜻입니다. 옛날에 재상이라면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이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그렇게 높은 자리인데도 장자는 코웃음 치며 거절합니다. 어째서 장자는 그렇게 좋은 재상 자리를 마다했을까요?

최고성인(至聖)이라는 공자조차도 그 자리를 위해 늙은 몸을 이끌고 천하를 떠돌아다녔는데, 장자는 왜 그런 자리를 헌신짝 버리듯 했을까요? 어째서 누구나 하고 싶어 하던 재상자리를 쳐다보지도 않았을까요?

남들은 벼슬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시궁창에서 노닐겠다는 겁니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취해서 죽는 줄도 모르게 죽느니, 차라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자유롭게 맘 편하게 살겠다는 겁니다. 장자는 그렇게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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