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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의심나면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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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의심나면 쓰지 마라
  • 전민일보
  • 승인 2015.07.1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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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 강사

 
疑人莫用用人勿疑

“사람을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

공자의 제자 가운데 복자천(宓子賤)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노나라 임금이 그를 단보(單父)의 현관으로 파견하게 되었는데, 재능이 뛰어난 그는 단보에 가서 한번 자신의 정치 야심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일을 추진하려고 할 때 임금이 간신들의 말만 듣고 의심하지나 않을까 걱정되어서, 그는 고심 끝에 계책 하나를 짜냈습니다. 임지로 떠나갈 때 임금의 측근 두 사람을 따라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임금은 자신의 측근을 요구하니 아무 의심 없이 승낙하였습니다.

단보에 도착한 뒤 복자천은 임금의 두 측근에게 문서 베끼는 일을 맡기고는 자신의 부하를 시켜 그들이 글을 쓸 때마다 팔을 잡아당기라고 시켰습니다.

그들은 글을 쓸 수 없었고, 그때마다 복자천은 그들에게 글을 잘못 쓴다고 꾸짖었다. 더 이상 일할 수가 없게 된 그들은 급기야 임금에게 돌아가 자초지종을 낱낱이 일러바쳤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임금은 공자를 불러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제자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그 스승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애공의 말에 공자가 빙그레 웃더니 한 마디 하는 겁니다.

사람을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 (疑人莫用用人勿疑)

“의심하면 쓰지 말고 일단 쓰면 의심하지 마라, 그게 무슨 말이오? 도대체 이 말이 복자천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오?”

“제 생각엔 복자천이 임금님께 이치 하나를 깨우쳐 드리고자 하는 일인 듯합니다. 곧 일을 맡긴 이상에는 완전히 맡겨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지 간섭이 많으면 일을 잘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공자의 말을 들은 애공은 그제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곧바로 아끼던 사람을 보내서 말합니다.

“지금부터 단보는 과인의 소유가 아니라 그대의 소유이다. 단보에 유리한 것이 있다면, 그대가 결정해서 시행하라. 그리고 오 년이 지나면 그동안 베푼 정사의 요지만을 간단히 보고하도록 하라.”

복자천은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단보를 다스렸고, 삼 년 있다가 무마기(巫馬旗)가 단보에 가서 밤에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는 고기를 잡으면 그냥 놓아주는 겁니다.

“고기잡이는 잡기 위한 것인데, 왜 잡은 걸 놓아주는 것이오?”

“복자천께서는 사람들이 작은 물고기를 잡는 것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제가 놓아주는 것은 작은 물고기들입니다.”

이름 없는 백성조차 남이 보지 않는 한밤중에도 덕(德)을 실천할 정도로, 겨우 삼 년도 안 되어 단보는 나라 안에서 가장 행정과 시정이 바로잡힌 지역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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