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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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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
  • 전민일보
  • 승인 2015.07.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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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옥 조각가, 군산대학교 강사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飮河 不過滿腹

“뱁새가 깊은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네”

중국 요순(堯舜) 시절에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字)가 무중(武仲)인데, 사람됨이 의(義)에 근거하고 올바른 도리를 실천하여, 그릇된 자리에는 앉지 않고 그릇된 음식은 먹지 않았습니다.

노년에는 패택(沛澤)이라는 곳에 숨어살았는데, 요(堯) 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선양하고자 찾아와 말했습니다.

“해와 달이 떠있는데 횃불을 끄지 않는다면 비추기가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때맞춰 단비가 내리는데도 여전히 물을 끌어댄다면 적시기가 또한 애만 쓰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임금 자리에 서시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텐데 제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건대 부족한 게 많습니다. 부디 천하를 맡아 주십시오!”

임금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에 허유는 요(堯)가 임금이 되고나서 천하가 이미 잘 다스려지고 있는데, 자기보고 임금을 맡아달라는 것은 허울 좋은 이름만 좇으라는 것 아니냐며 거절합니다.

이름이란 실질의 손님에 지나지 않는데 자기한테 실질이 아니라 실질의 손님이 되라는 말이냐며 뒤돌아가면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뱁새가 깊은 숲에 둥지를 튼다 해도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해도 배만 채우면 그만이네.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飮河 不過滿腹)

자신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천하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요 임금이 다시 허유를 불러 구주(九州)의 수장이라도 맡아달라고 했지만, 허유는 들은 척도 않고 멀리 떨어진 영수 가로 도망가 귀를 씻었습니다.

그때 그의 친구 소부(巢父)가 송아지를 끌고 와 물을 먹이려다 허유가 귀를 씻는 것을 보곤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요 임금이 나를 불러 구주의 수장으로 삼으려 하기에 그 소리가 듣기 싫어 귀를 씻고 있네.”

허유의 말을 들은 소부는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자네가 높은 언덕과 깊은 계곡에 거처한다면 사람 다니는 길이 통하지 않을 텐데, 누가 자네를 볼 수 있겠는가? 자네가 일부러 떠돌며 알려지기를 바라서 명예를 구했으니 그런게 아닌가? 내 송아지의 입만 더럽혔네.”

소유는 괜히 못볼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송아지를 끌고 상류로 가서 물을 먹였습니다. 그런 허유가 죽자 기산 꼭대기에 장사지내고 허유산(許由山)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요 임금은 그 묘를 찾아가 기산공신(箕山公神)이라 부르고 오악(五岳)의 신령에 배향했으며, 대대로 제사를 받들어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허유를 혼낸 소부는 어떻게 됐을까요? 참으로 궁금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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