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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칼자루는 남에게 맡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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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칼자루는 남에게 맡기지 마라
  • 전민일보
  • 승인 2015.06.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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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借人利器則爲人所害而不終於世

“군주의 예리한 무기는 남에게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 해를 입게 돼 제명에 죽지 못합니다”

고려 때 일입니다. 예종(睿宗)이 죽자 당시 열네살이던 태자가 이자겸(李資謙)의 옹립으로 즉위하니, 그가 바로 인종(仁宗)입니다. 인종은 이자겸의 공을 인정하여 그에게 수태사 중서령(守太師 中書令)이라는 최고 관직을 주어 국무를 맡아보게 했습니다.

인종은 이자겸의 둘째 딸이 예종의 비(妃)가 되어 낳은 아들입니다. 말하자면 이자겸의 외손자이니,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외할아버지에게 최고 관직을 맡길 만도 합니다.

그런데 정권을 위임받은 이자겸은 임금을 도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생각은 않고, 그의 셋째 딸과 넷째 딸을 인종의 비로 삼게 해서 왕실의 척분을 독차지하고는, 뇌물을 긁어모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의 토지를 빼앗는 것을 비롯해 온갖 횡포를 저질렀습니다.

인종은 자신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이 된 이자겸의 횡포가 지나치자 최탁(崔卓) 등을 시켜 그를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후환이 두려워 그에게 왕위를 양위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자겸은 인종의 제의를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좌우의 신하들이 말리는 바람에 양위를 강요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종을 사저(私邸)에 옮겨놓고는 여러번 독살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끝내는 척준경(拓俊京)에게 그 자신이 숙청당하고 맙니다.

인종만 그런 게 아닙니다. 고려 말에 개혁군주로 나섰던 공민왕(恭愍王)도 그랬습니다. 그는 나라의 정치 혼란을 타파하기 위해 정실에 얽히고 설킨 벌족세신(閥族世臣)이나 나약한 유신(儒臣)들보다 의로운 인물을 써서 누적된 폐습을 일거에 쇄신하려고, 천민인 신돈(辛旽)을 등용하여 정교(政敎)와 정권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신돈도 나중에는 왕의 신임을 이용하여 온갖 행패를 부리다가, 마침내 자신의 전횡과 잘못을 알아차린 임금을 몰래 시해하려는 음모까지 꾸미기에 이릅니다. 다행히 신돈의 계획은 실행되기 전에 탄로나 그는 유배당했다가 처형 받고 죽지만, 공민왕도 끝내는 어이없는 죽음을 당합니다.

모두가 임금이 정권을 남에게 맡겼다가 도리어 해를 입은 사례들인데,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강태공(姜太公)은 지금부터 삼천 년에 이미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군주의 예리한 무기는 남에게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예리한 무기를 남에게 맡기면 그 사람에게 해를 입게 돼 제명에 죽지 못합니다.(借人利器則爲人所害而不終於世)

강태공이 지었다는 「육도」에 나오는 말로, 칼자루는 절대 남에게 맡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맡기면 끝내는 칼자루를 맡은 사람한테 해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해는 자기 자신만 입는 게 아니라, 자손까지도 미치고, 끝내는 나라를 망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꼭 옛날에만 그랬을까요?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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