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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미쳐야 미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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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미쳐야 미치는 법입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6.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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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옥 조각가, 군산대학교 강사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과 같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과 같지 않다”

대한민국의 사내로 세계가 알아주는 축구스타가 된 박지성 선수가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 이영표 선수를 찾아갔습니다. 자기가 존경할 정도로 좋아하는 선배인 이영표 선수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선배님, 어떻게 해야 선배님처럼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멋지긴 뭘 멋져. 하지만 훌륭한 선수가 되는 길은 내가 알고 있는데 말해줄까?”

“네, 제발 알려주세요.”

“뭐, 간단해. 재능 있는 선수는 열심히 뛰는 선수를 이길 수 없고, 열심히 뛰는 선수는 즐기면서 플레이하는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거야. 축구공을 즐겁게 갖고 놀기만 하면 돼. 축구를 그냥 하지 말고 즐기다 보면 저절로 훌륭한 선수가 된다는 거지. 간단하지?”

재능 있는 선수보다는 열심히 뛰는 선수가 낫고, 열심히 뛰는 것보다는 즐기면서 뛰는 선수가 낫다는 겁니다. 참 좋은 말이지요? 그런데 이 말은 공자가 한 말을 살짝 본뜬 것 같습니다.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과 같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과 같지 않다.(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知)이 좋아하는 것(好)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好)이 즐기는 것(樂)만 못하다는 말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에 따르면, 아는 것은 듣고서 그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이란 몸소 실행해서 그 맛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며, 즐기는 것은 온몸으로 익혀서 그 맛의 충만함을 누리는 것입니다.

중국 송(宋)나라 때 학자 장경부(張敬夫, 1133~1180)는 오곡에 비유해서, 아는 것은 그것이 먹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은 그것을 몸소 먹어보는 것이며, 즐기는 것은 그것을 배불리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훌륭한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되고,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지도 압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아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 말입니다. 생각은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알기만 하고 좋아할 수 없으면 앎이 철저하지 못한 것이고, 좋아하기만 하고 즐기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좋아함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몸소 해볼 정도로 좋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몸소 해볼거라면 온몸으로 즐기는 게 좋습니다. 그 맛에 흠뻑 빠져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무슨 일이든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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