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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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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 전민일보
  • 승인 2015.06.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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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원 사업가

 
擧世皆濁我獨淸衆人皆醉我獨醒是以見放

“세상을 들춰내면 모두가 더러운데 나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쫓겨난 것이지요”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인 굴원(屈原) 아시지요? 그는 젊을 때부터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신임을 받았고 26세에 좌도(左徒: 左相)라는 중책을 맡아 내정과 외교에서 두루 활약하였다. 하지만 법령(法令)을 입안하는 문제로 정적(政敵)들과 충돌하는 바람에 국왕 곁에서 멀어지기도 하였다.

당시 초나라는 제(齊)나라, 진(秦)나라와 함께 삼국이 대립하던 때였습니다. 굴원은 강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제(齊)나라와 동맹하는 합종설(合縱說)을 주장하였으나, 초나라 회왕과 중신들은 연횡설(連衡說)을 주장한 진나라의 장의(張儀) 전략에 속아 오히려 굴원이 실각하고 맙니다. 초나라는 연횡설에 따라 제나라와 단교하였다가 진나라에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진나라와 전쟁을 벌였지만 고전만 거듭하다 패하였다.

굴원이 다시 등용하여 정사를 맡게 되었고, 진나라와 화평하는 조건으로 장의의 목숨을 요구하였습니다. 장의가 자진하여 초나라의 인질이 되었지만, 내통한 정적과 왕의 애첩(愛妾)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장의를 석방하고 말았습니다.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 있던 굴원은 귀국하여 장의를 죽여야 한다고 진언했으나, 이미 장의는 진나라로 달아난 뒤였습니다. 그 뒤에 진나라가 화평을 위해 초나라 왕을 진나라로 초대한다는 계략을 핍니다.

굴원은 왕이 진나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왕은 결국 진나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고 맙니다. 왕이 진나라에서 객사(客死)하자, 장남 경양왕(頃襄王)이 즉위하고 막내인 자란(子蘭)이 영윤(令尹:재상)이 됩니다.

자란은 아버지를 객사하게 한 장본인이었던 까닭에 굴원은 그를 비난하다가 또다시 모함을 받아 양쯔강 이남의 소택지로 추방되는데, 그의 대표작인 ‘어부사(漁父辭)’는 바로 그때 쓴 작품인데, 굴원이 다음과 같이 노래하는 초사입니다.

세상을 들춰내면 모두가 더러운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은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쫓겨난 것이지요.(擧世皆濁我獨淸衆人皆醉我獨醒是以見放)

자기만 옳고 세속이 그르다고 말하는 것인데, 그는 실제로 죽음으로 이 세상의 모범을 보이겠다며 멱라수(汨羅水)에 뛰어들어 죽습니다.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 날입니다. 지금은 중국에서는 단오날에 쫑쯔를 먹는데, 이는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쫑쯔를 강물에 던졌다는 풍속이 전해집니다.

또한 용선(龍船) 경주도 강물에 빠진 굴원의 시신을 빨리 건져내기 위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힘이 그렇게 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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