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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한자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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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한자 실력
  • 김민수
  • 승인 2007.04.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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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의 한자(漢字) 실력
                                   신 영 규/수필가 자유기고가
 전 세계의 성인 문맹 인구가 20%며,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문맹수치는 약 21%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1%미만이다. 우리나라가 문맹률이 낮은 이유는 한글의 우수성과 높은 교육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성의 최고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생들까지 심각한 문맹률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름 아닌 한자(漢字)문맹이다.
 지난 달 서울 모 대학에서 ‘기초 글쓰기’과목을 수강하는 새내기 384명을 상대로 한자능력을 시험해 본 결과 이 가운데 20%(78명)가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한다. 새내기들의 실수 사례들을 보면 ‘은혜 은(恩)’을 ‘생각할 사(思)’로, ‘송나라 송(宋)’은 ‘글자 자(字)’로, ‘준걸 준(俊)’은 ‘뒤 후(後)’, ‘영화 영(榮)’은 ‘힘쓸 로(勞)’ 등으로 잘못 적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 이름을 한자로 적지 못하는 학생은 각각 77%, 83%였다. 열 명 중 여덟 명은 자기 부모 이름도 못쓴다는 것이다. 아마 여느 대학도 비슷할 것으로 사료된다.
 신입생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한자로 직접 쓰는 부분에서 99%인 379명이 강의(講義)를 쓸 줄 몰랐고, ‘백과사전(百科事典)’은98%, ‘경제(經濟)’96%, ‘방학(放學)’91%, ‘신입생(新入生)’71%, ‘대학교(大學校)’는 60%가 못썼다. 특히 한자의 음을 다는 문제에서 ‘折衷(절충)’을 제대로 읽은 학생은 1%(3명)에 불과했으며 ‘抱負(포부)’는 7%, ‘榮譽(영예)’는 4%, ‘신앙(信仰)’은 12%, ‘變速(변속)’은 15%에 불과했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한자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한자교육이 정상화되지 않고 입시만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다 보니 한자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고등학교에 선택과목으로 한문이 있지만 수능에서 한문을 택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새 학기 학부 강의의 첫 시간에 강의실을 꽉 메운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대한민국’을 한자(漢字)로 쓰라 하면 두엇 빼고는 ‘큰 대’ 하나 써놓고 더 이상 나가지 못한다는 어느 교수의 말은 우리 대학생들의 한자실력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자(漢字) 1천자의 훈과 음을 알고 5백자는 쓸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하는 한자 4급 시험에 명색이 대졸자들이 평균 30점도 안 된다는 조사도 있다. 더욱이 자신의 대학과 전공학과를 한자로 제대로 쓴 사람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건 우리의 한자교육의 현 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이 국가공인 한자자격시험에서 1급을 받아 화제가 된 일도 있다. 1급은 한자 3,500여자를 충분히 익혀야 하는 수준으로 한문학이나 중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도 따기 쉽지 않은 급수다. 자기 이름도 한자로 못 쓰는 대학생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차이다. 
 한자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말의 70%가 한자에서 유례 됐기 때문이다. 즉 한글은 소리글자며 한자는 뜻글자이다. 그러므로 한글로 적힌 한자어를 보았을 때 머릿속에 한자가 떠올라야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한글로 적힌 낱말 뒤에 숨은 한자를 그리지 못하면 그 낱말을 엉뚱하게 사용하기 쉽다. 가령 ‘임차’와 ‘임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임차’(賃借)와 ‘임대’(賃貸)임을 모르는 탓이다. 또 ‘개발’과 ‘계발’처럼 한글에 내포된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자를 앎으로써 새로운 지식이 쌓여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 한자 사용 인구는 15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제공영어인 영어보다 많다. 이는 중국인구의 영향이 많지만 국제화 시대에서 한자는 영어권에 버금가는 어권으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한자공부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중국의 급부상으로 중국어 열풍이 불어 한자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따라서 한글 전용을 한다 하더라도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한자 속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숨어있는 비화(秘話)를 알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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