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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부지런함을 또 부지런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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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부지런함을 또 부지런함으로
  • 전민일보
  • 승인 2015.05.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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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鑿之奈何曰勤疏之奈何曰勤磨之奈何曰勤
曰若之何其勤也曰秉心確

“구멍 뚫는 일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터뜨리는 것은 어떻게 하는가? 부지런히 해야 한다
가는 것은 어떻게 해야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그 부지런함을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3~1832)이 강진 땅에서 귀양살이할 때 황상이라는 제자를 만납니다.

다산이 황상을 만나서 가르친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다산이 황상에게 문학(文)과 역사(史)를 공부하라고 말하자, 황상이 머뭇머뭇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변명하듯 말합니다.

“선생님, 제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고, 둘째는 꽉 막힌 것이며, 셋째는 미련한 것입니다.”

머리가 둔해서 배운 것을 기억하고 외우지 못하고, 앞뒤가 꽉 막혀서 배운 것을 풀어먹지 못하며, 미련해서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 가지 병폐가 있는데, 어떻게 문학(文)과 역사(史)를 공부하겠느냐는 겁니다.

스승은 그런 제자의 깨끗한 마음과 삼가는 태도가 기특해서 허허 웃고 나서 말합니다.

“글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세가지 커다란 병통이 있는데, 너는 그게 없구나. 첫째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로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칠어지는 게 폐단이다.”

제자는 둔하다는 게 병폐라고 하지만, 스승은 오히려 재빠르게(敏) 기억하고 외우는 게 병폐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언제나 자기가 민첩하다고 생각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생긴다는 겁니다. 재빠르게 외우고 글을 쉽게 잘쓰며 배운 것을 잽싸게 이해하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황상처럼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미련한 사람이 공부를 해야 제대로 한다는 겁니다.

어째서 그런가? 날카로운 송곳은 구멍을 쉽게 뚫지만 곧 다시 막히고 맙니다.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가 쉽지는 않지만, 계속 들이파면 언젠간 뚫리게 됩니다.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뚫리기만 하면 막히는 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스승은 너처럼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크게 될 것이라고 다독이며 당부합니다.

구멍 뚫는 일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터뜨리는 것은 어떻게 하는가? 부지런히 해야 한다. 가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그 부지런함을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鑿之奈何曰勤疏之奈 何曰勤磨之奈何曰勤曰若之 何其勤也曰秉心確)

아무리 둔하고 모자라도 평생 부지런하겠다는 마음이 딴 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맨 채 노력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스승의 말을 듣는 제자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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