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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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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정치
  • 전민일보
  • 승인 2015.05.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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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원광대학교 강사

 
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를 견디느니 차라리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겠다”

춘추시대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태산(泰山)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부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부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자비심이 많은 공자는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부인, 어인 일로 그렇듯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 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지요.”

자로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 들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을…‥.”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예기(禮記)」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가혹한 정치를 견디느니 차라리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겠다는 겁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이야기인데, 이런 일이 중국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조선시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8)은 관리들의 횡포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한시(漢詩)를 여러 편 썼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양경(性器) 자른 것을 슬퍼하며’라는 뜻의 애절양(哀絶陽)입니다.

갈밭 마을 젊은 아낙 울음소리 그치지 않네. 관아 향해 슬피 울며 하늘에 호소하내. 남정네 전장에 나가 오랫동안 못오는 일 있다지만, 옛날부터 남자 성기 잘랐단 말 듣지 못했네. 시아비 상복 막 벗고, 태어난 아기는 탯줄도 마르지 않았는데, 삼대의 이름이 다 군보(軍保)에 실렸네. 달려가 호소해도 범 같은 문지기 가로막고, 이정은 호통 치며 외양간 소까지 몰아가네. 칼 갈아 방에 들더니 선혈이 낭자해라.

애절양(哀絶陽)은 정약용이 강진으로 귀양가있던 1803년 가을에 지은 시입니다. 갈밭에 사는 한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군적에 등록되고, 이정이 소를 빼앗아가자, 그 백성이 칼을 뽑아 자기의 생식기를 베면서 “내가 이것 때문에 곤액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내는 생식기를 가지고 관가에 가서 울며 호소했지만, 문지기가 막아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끔찍하고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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