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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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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 전민일보
  • 승인 2015.05.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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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전주대학교 강사

 
日出而作日入而息 鑿井而飮耕田而食帝力何有於我哉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노라
우물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

요(堯)가 임금이 되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제대로 다스렸는지 궁금했습니다. 천하가 잘 다스려지는지 아닌지, 백성들이 진정으로 자기를 따르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던 겁니다.

답답한 것은 좌우신하에게 물어보았지만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조정 밖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알지 못하고,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겠다며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습니다.

먼저 넓고 번화한 네거리에 이르렀더니, 아이들이 “우리 백성들이 잘 사는 건 모두가 임금 덕 아닌 게 없네. 우리 백성들은 모르는 사이에 임금의 법도를 따르고 있네.”라고 노래하는 겁니다. 요임금이 인간의 본성에 따라 백성을 도리에 맞게 다스리기 때문에 백성들은 법이니 정치니 하는 것을 알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임금님의 가르침에 따르게 된다는 노래입니다.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흐뭇해진 요임금은 다시 발길을 돌려 한가로운 시골로 가보니, 노인들이 손으로 음식을 잔뜩 먹은 배를 두드리고, 작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겁니다.

해 뜨면 나가서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노라, 우물 파서 물마시고, 밭 갈아서 먹으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日出而作日入而息鑿井 而飮耕田而食帝力何有於我哉) 이른바 격양가(擊壤歌)라는 노래입니다. 정치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정치보다는 그것을 느끼기조차 못하게 하는 정치가 진실로 위대한 정치라는 겁니다.

시골노인의 노래를 들은 요임금은 크게 만족하여 “과연 태평세월이로다.”라고 하면서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골노인이 노래했던 것처럼, 훌륭한 지도자는 우리가 늘 마시고 있는 공기와 같습니다. 공기, 그 가운데서도 산소가 없으면 우리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공기만큼 우리에게 필요하고 고마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공기의 고마움커녕 그런 공기가 있는지 조차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무얼 요구하는지 잘 알고 미리미리 대처하고, 무슨 일이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도자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이런 경지에 이른 지도자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지도자라고 합니다. 인공(人工)을 가(加)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自然)처럼 지도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없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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