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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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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 전민일보
  • 승인 2015.05.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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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옥 조각가 군산대학교 강사

 
學足三餘冬者歲之餘夜者日之餘陰雨者時之餘也

“배움은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하다.
겨울은 한해의 여가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며
비오는 날은 맑은 날의 여가이다”

동우(董愚)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 후한(後漢) 말기부터 삼국시대(三國時代)까지 활동했던 학자로, 성품이 어눌하고 말과 행동이 더디고 서툰 것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배우는 일은 몹시 좋아해서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이 없었습니다. 집안이 몹시 가난했던 탓에 어린 시절부터 몹시 고생했지만, 책 읽는 일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던 그가 마침내 시중(市中)과 대사농(大司農)이라는 높은 벼슬까지 올라서면서 높은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높아진 명성만큼 전국 각지에서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자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할 뿐이었습니다.

먼저 백 번을 읽어라.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必當先讀白遍讀書百 遍其義自見)

배우러 다니기 전에 먼저 글을 백 번 읽어라, 글을 백 번 읽다보면 그 글의 뜻을 저절로 알게 되니, 수고로이 배우러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혼자 힘으로 남보다 백 배 천 배 노력해야지 괜히 이 선생 저 선생 찾아다니며 헛품만 팔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자 어떤 이가 나서서 언제 그럴 시간이 있느냐고 대들었습니다. 바쁜 생활에 쫓기다보면 한가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이에게 동우(董遇)는 말합니다.

배움은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하다.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며,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의 여가이다.(學足三餘冬者歲之餘 夜者日之餘陰雨者時之餘也)

이른바 삼여(三餘)입니다. 동우(董愚)가 살던 시대는 철저한 농경사회이니, 농사짓는 시간에는 바빠서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시간에는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는 게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지 마라, 낮에 바쁘면 밤에 읽고, 갠 날 바쁘면 흐린 날 읽으며, 여름에 바쁘면 겨울에 읽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요? 지금도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학생 때 학기중에 바쁘면 방학 때 읽고, 시험 때 바쁘면 시험이 끝난 뒤에 읽으면 됩니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회사에서 바쁘면 출퇴근 시간에 전철에서 읽고, 쓸데없는 술자리를 줄여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열심히 읽겠다고 벼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여유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고자 하면 한 해를 다마칠 때까지 단 한 줄도 읽지 못합니다. 한가로운 순간에도 바쁠 때가 있고, 바쁜 순간에도 한가로운 때가 있는 법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 틈틈이 나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게 진짜 책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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